기업에겐 마법의 단어가 개인에게 감시일 뿐

 
[아이티데일리] 기업에겐 마법의 단어인 ‘빅데이터’가 개인에겐 감시 주체인 ‘빅브라더’로 다가올 것인가?

최근 본지가 단독으로 보도한 여의도연구원의 페이스북 글 무단 수집·활용 논란 건은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링크)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5일 ‘담벼락에 쓰인 대한민국: 2014 상반기 페이스북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발표를 두고 공개된 글뿐만 아니라 친구 공개 글까지 무단으로 수집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까지 가져갔다는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새누리당 정책 연구원이었던 만큼 개인사찰 우려까지 꼬리를 물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여의도연구원의 취지가 페이스북 사용자에게는 감시를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의 가능성으로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실제 여의도연구원은 친구 공개 글을 수집한 적이 없으며,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도 수집하지 않았다. 또한 페이스북 공개 글 수집 데이터는 외주업체를 통해서 이뤄진 만큼 여의도연구원이 원본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이번 여의도연구원 보고서에 참여했던 외주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 내 권한을 받은 서비스를 통해 초기 사용자를 확보했고, 이 사용자들의 친구와 남긴 글에서 획득한 사용자 계정 등 총 500만개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계정을 바탕으로 페이스북 내 전체 공개로 남긴 글 3,100만 건의 글을 수집해 이번 보고서에서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수집된 데이터도 공개된 글과 성별, 그리고 사용자의 계정으로 사용한 닉네임 일부분 그리고 국가 정보 등이다. 즉,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연구원 측 관계자도 “국민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보고서였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전에 법적인 부분과 접근 방식에 대해서 무지했던 부분이 있었다. 의도되지 않았지만 논란을 낳았다는 점에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원 측의 해명에도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페이스북 사용자 및 전문가들조차 “계정 500만 건 수집은 페이스북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 “전체 공개 글도 친구 아닌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등 잘못 이해한 정보를 언급하며 개인정보 무단수집부터 개인사찰까지 의혹이 억측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 같은 억측이 나오는 이유는, 자신이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이 본인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빅데이터가 ‘빅브라더’로 느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여의도연구원 측 사례를 보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개인정보 수집은 물론 개인사찰까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빅데이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최근 광고는 물론 TV,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빅데이터가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현 세대의 최대 화두이다. 이 같은 빅데이터는 기업의 구세주로 여겨져 너도나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안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개인에게는 그저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자신의 글을 훔쳐보고 개인정보를 빼내가는 도둑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

빅브라더는 긍정적 의미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를 뜻하지만 부정적 의미로 정보 독점을 통해 권력자들이 행하는 사회 통제 수단이라는 뉘앙스가 더 강하다. 빅데이터 역시 의미 있게 접근할 경우 축복이 되겠지만 오용할 경우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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