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플레이어, 휴대폰, PMP 등 휴대용 전자기기들의 보급이 늘어가면서 주요부품 중 하나인 플래시 메모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휴대용 전자기기들이 점점 소형화되어가는 추세에 따라 플래시 메모리는 크기는 줄이고, 용량은 더욱 키워나가고 있어 그 동안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로 대표되던 저장장치 시장을 플래시 메모리가 대체하고 있다. HDD 대비 열세 요인 중 하나인 용량 문제가 해결되면서 HDD의 대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 진영에서도 1인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시장에 본격 출시하는 등 플래시메모리 시장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nfotech.co.kr
최근 메모리 시장에서의 변화는 지난 80년대 이후 PC 시장에서 메모리 분야의 최강자 위치를 지켜오던 DRAM이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휴대전화와 디지털 가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가 급부상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여 오는 2007년에는 224억 달러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는 PC의 주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RAM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로서 주로 디지털 가전이나 휴대용 기기의 기억장치 등에 사용된다. 또한 RAM과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특성을 함께 갖추고 있어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의 저장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낮은 전압특성에 따른 저소비 전력과 빠른 접속속도, 심한 충격이나 진동에도 데이터의 손실을 막는 뛰어난 내구성, 여러 가지 용도의 휴대용 전자기기에 채용될 수 있는 작은 크기 등 많은 장점 때문에 수요가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의 이 같은 특성은 디지털 카메라, PDA, MP3 플레이어, 휴대폰 등의 휴대형 전자기기들이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데 있어 매우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욱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2004년 134억 달러 규모, 2007년 224억 달러로 성장할 듯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 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198억 달러로서 이 중 플래시 메모리는 134억 달러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2년 82억 규모에서 63.4% 성장한 수치이다. 대용량 메모리의 대표주자격인 낸드(NAND)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지난 1999년에서 2004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이 63%에 달하는 급속한 성장을 지속하여 99년 6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3억 달러로 성장하였다. 또한 노어(NOR) 플래시 시장도 지난 2002년 58억 달러에서 90억 달러로 55.2% 성장했다. 오는 2007년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72억 달러, 노어 플래시 메모리는 151억원 규모로 늘어나 전체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224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올해 국내의 플래시 메모리 시장 규모는 일본을 뺀 아시아 시장의 1/4 수준으로서 1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도의 성장이 예상되는 플래시 메모리는 무엇인가. 플래시메모리란 플래시 EEPROM(Electrically Erasable and Programmable ROM)을 가리키며 전기적으로 데이터의 변경이 가능한 읽기 전용의 비휘발성 메모리를 뜻한다. 바이트 레벨에서 삭제와 수정이 가능한 EEPROM과 달리 블록 단위로 수정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의 성능은 메모리 셀 구조와 동작방식에 좌우되는데, 크게 데이터 저장 중심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프로그램 코드 작성에 적합한 노어 플래시 메모리로 나누어진다.
노어는 셀이 병렬로 연결된 방식으로 쓰기와 지우기는 느리지만 읽기가 빠르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빠른 메뉴 이동이 필요한 기기에는 노어 플래시 메모리가 적합하다. 즉, 휴대폰, 디지털 TV, PC 등에 주로 장착되어 사용되어 진다.
반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셀이 직렬로 연결된 방식으로 읽기는 느리지만 쓰기와 지우기가 빠르다. 또한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낸드플래시는 USB드라이버,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고 있다.
삼성 16Gb 메모리 발표, 모바일 저장매체 대체 선언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얼마 전 삼성이 발표한 새로운 낸드 플래시 메모리이다.
지난 9월 12일 삼성전자는 ‘16기가비트(Gb)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측은 새로운 플래시 메모리를 발표하면서, “‘종이’가 발명된 이후 약 2,000년이 지난 지금, 플래시 메모리라는 저장 매체가 등장, 문자/사진/음악/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손톱만한 칩 안에 손쉽게 저장, 어디로든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보전달 매체 변화의 두 번째 전환점으로 인류는 지금 ‘제 2의 종이 혁명’, 즉 ‘디지털 페이퍼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가까운 미래에 기존 저장매체(Film/Tape/CD/HDD 등) 중 휴대가 가능한 모든 ‘모바일 저장매체’는 궁극적으로 플래시 메모리가 완전 대체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16기가 메모리 제품을 발표하면서 ‘플래시 러시’를 선언했다. 앞으로 플래시 집적도는 매년 두 배씩 늘어나면서 HDD 시장을 급속하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메모리는 그의 말대로 지난 99년 이후 매년 두 배씩 저장 용량을 높여 왔다. 삼성은 지난 99년 256메가비트(Mb) 메모리를 시작으로 2000년 512메가비트, 2001년 1기가비트, 2002년 2기가비트, 2003년 4기가비트, 지난해 8기가비트 제품에 이어 이번에 16기가비트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한 용량은 매년 2배씩 늘어가지만 가격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가격은 내려가는 반면 저장용량이 커지면서 수요처도 급속하게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어 플래시 진영의 고용량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스팬션은 자사의 MLC(Multi Level Cell) 기술인 ‘미러비트(MirrorBit)’ 이후의 기술로 하나의 셀에 4개의 정보를 입력하는 ‘쿼드비트(QuadBit)’ 기술을 적용하여 대용량 NOR 플래시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 달 13일 스펜션은 1기가비트 노어 플래시 메모리의 샘플링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90nm(나노미터) 기반의 미러비트 기술을 적용한 이 제품은 싱글 칩 노어 플래시 메모리 중 최대 용량을 갖추었다. 향상된 읽기 능력과 안정성을 갖춘 코드 및 데이터 저장 성능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자동차 네비게이션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장비, 게임 및 산업용 컨트롤 장비 등 다양한 임베디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스팬션의 신재승 차장은 “노어는 낸드와는 다른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1기가비트 수준의 용량까지는 요구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1기가비트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퓨전메모리에도 관심이 높다. 퓨전메모리란, 기본 메모리 기능에 추가하여 다른 특성의 메모리나 비메모리 칩,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을 함께 넣어 복합화시킨 메모리 제품을 뜻한다. 즉, 다양한 메모리를 쌓아 만든 복합형 메모리 반도체인 MCP(다중칩)를 비롯, 메모리와 로직의 기능을 결합한 메모리-비메모리 통합형 반도체를 말한다.
기존 메모리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모바일 기기 시장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스펜션은 MLC 플래시 기반의 퓨전 메모리를 적극 개발하여 제품을 출시한 상태이다. 이 업체들은 최근 모바일 기기의 컨버전스로 인한 고성능과 고용량 요구에 낸드와 노어의 장점을 살린 퓨전 메모리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을 차별화 하는 전략에 따라 ‘원낸드’ 퓨전 메모리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낸드플래시와 초고속 S램 등 메모리 제품과 로직을 하나의 칩에 집적해 읽기 속도가 빠른 노어플래시의 장점과 쓰기 속도에서 유리한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고르게 갖췄다.
스팬션에서도 노어 타입 플래시 메모리에 기초한 퓨전 메모리 오어낸드(ORNAND) 제품을 출시했다. 오어낸드는 노어 타입 제품의 장점인 안정성, 빠른 읽기 속도와 낮은 가격대는 유지하면서 낸드 타입 제품보다 4배 빠른 쓰기 성능(burst-write speed)이 장점이다. 스펜션 측은 “오어낸드는 노어 타입과 낸드 타입으로 양분된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전반에 모두 이용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에서는 이런 퓨전 메모리의 시장형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추는 한편, 코드명 ‘시블리(Sibley)’로 불리는 90나노 기반의 노어형 멀티 레벨 셀(MLC) 플래시메모리 제품을 선보였다. 인텔의 코지 모토모리 이사는 “높은 신뢰도와 고성능 제품 및 코드 실행력을 요구하는 휴대폰 시장을 타깃으로 제작되었으며, 다양한 램 인터페이스를 지원해 휴대폰 설계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이 제품을 기반으로 셋탑박스, PDA, 휴대폰 등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USB드라이브, 휴대폰, MP3 플레이어 등 다양한 수요처
이렇게 다양한 플래시 메모리 제품들은 MP3 플레이어에서부터 휴대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휴대용 USB 저장장치는 이미 플래시 메모리의 ‘안방’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USB 저장장치는 지난 2000년 이스라엘 M시스템스가 처음 선보일 당시 만해도 말 그대로 PC 보조장치에 머물렀고 8메가바이트 기준으로 가격도 8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플래시 가격 하락과 맞물려 ‘플래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4기가(GB) 용량 제품까지 선보인 상태다. 시장 가격도 1GB 기준으로 7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체 수도 전 세계적으로 초기 5개에서 지금은 400여개로 늘어났다.
시장 조사기관 세미코리서치는 전 세계 USB 시장이 올해 1억 2000만개에서 오는 2008년까지 2억개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 속도도 매년 100% 이상 커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USB 저장장치에 HDD 제품도 나오지만 당분간은 ‘플래시의 독주’가 무난할 전망이다.
또한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지난 2002년 1,356억 달러에서 2003년 6,131억 달러로 USB 드라이브 시장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착탈식 저장장치는 2002년 21.3억 달러에서 2003년 42.5억 달러로, 플래시 메모리 카드는 12억 달러에서 36.4억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USB 드라이브를 제조/공급하고 있는 아이오셀 관계자는 “USB 장점은 휴대성”이라며 “최근 홈시어터·디지털 TV 등 모든 전자 제품에서 USB를 탑재하는 추세로 조만간 외장형 분야에서도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DD 수요를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MP3 플레이어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요처다. 올해 예상되는 MP3 플레이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7%로 증가한 5,800만대. 오는 2009년까지 매년 30%씩 증가하면서 1억 3,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플래시 기반 제품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HDD 제품과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고된다. 국내시장의 경우는 월 20만대 수준이며, 이 중 90% 가량이 플래시 메모리 타입으로 국내시장에서는 플래시 메모리 타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HDD업체, 1인치 HDD로 승부 걸어
한편, HDD 업체들은 1인치 이하 초소형 HDD를 중심으로 소비자 가전 시장에 적극 공략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디지털 TV 등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를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기존의 플래시 메모리 영역을 넘보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높은 저장용량과 저렴한 비트당 단가를 앞세워 플래시 메모리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인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용 스토리지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초소형 HDD는 기존의 3.5인치와 2.5인치 HDD의 폼팩터를 대폭 개선하여 1인치, 0.85인치까지 축소한 HDD. 현재 같은 가격대에서 플래시 메모리 대비 2배 이상의 저장용량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인치 HDD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은 씨게이트와 도시바, 히타치 등이다. 이 업체들 간 초소형 HDD 제품에 대한 경쟁이 시작된 것은 애플이 도시바의 1.8인치 HDD를 채택한 MP3P인 아이팟(iPod)을 출시하면서부터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HDD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1인치 HDD를 이용한 4GB(기가바이트) 용량의 아이팟 미니(iPod mini)를 출시하자, 경쟁업체들은 5~6GB(기가바이트) 용량을 가진 1인치 HDD를 채택하여 한층 더 고용량 제품을 개발하며 대응에 나섰다.”면서 “모바일 멀티미디어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이 같은 경쟁은 초소형 HDD 제품의 소형화, 대용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초소형 HDD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플래시 메모리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가격대비 저장용량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내장형 1인치 1.5GB(기가바이트) 드라이브의 가격은 10만 개당 70달러 수준으로 동급 플래시 메모리 카드 가격이 200달러가량인 것과 비교했을 때 1/3수준으로써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
그러나 초소형 HDD는 아직까지 플래시 메모리 대비 여러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폼팩터와 전력소모, 데이터 처리 속도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며, 인터페이스 규격에 대한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HDD는 ‘플래터’라는 금속 디스크와 정보를 기록, 재생하는 ‘헤드’를 결합, 헤드를 플래터 면에 밀착시키고 플래터를 고속 회전시켜 헤드를 통해 전자기적으로 플래터면의 데이터를 읽고 쓰게 된다. 하지만 HDD는 모터를 이용해 플래터를 고속 회전시켜야 하는 일종의 기계 장치이기 때문에, 모터 회전에 따라 전력소모가 많고 발열, 소음도 발생할 뿐 아니라 충격 등으로 물리적인 손상을 입기 쉬우며 내구성도 떨어지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비해 플래시는 기계적인 요소가 없는 반도체 메모리로서 소음이 거의 없고 전력소모와 발열도 훨씬 적다. 내충격성도 뛰어나 데이터안정성이 우수하고 약 100만회의 재기록이 가능해 수명도 길다는 장점을 가진다.
아이리버의 김동환 과장은 “초소형 HDD가 플래시 메모리보다 경쟁우위에 있기 위해서는 가격과 용량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력소모와 내구성에 대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소비자들은 ‘수십 Gbyte의 용량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용량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이 결국엔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HDD는 죽었다?
이렇게 시장 구도가 HDD와 플래시 메모리의 경쟁구도로 심화되는 가운데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16GB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발표와 관련하여 “하드디스크 시대가 점차 끝나고 있다.”며, “플래시 메모리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고 역설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32GB 제품을 내 놓을 예정이며, 2년 후에는 100GB 이상의 고용량 플래시 메모리가 상용화되면서 데스크톱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것.”이라면서 “하드디스크는 이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사장의 말에 HDD 공급업체들은 반박하고 나섰다. 관련업계에서도 황 사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호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씨게이트측은 삼성전자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시장에서 상당기간 공존한다는 것이다. 씨게이트 담당자는 “올해 3억 8천만대, 내년 4억 2천만대의 하드디스크가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라면서 “용량이 작은 수요에는 플래시 메모리가 적합하지만, 작업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배터리 수명 또한 열악하다. 플래시 메모리가 손대지 못하는 많은 영역, 예를 들면 비디오 스트리밍 분야서는 하드디스크가 훨씬 좋은 선택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도 플래시메모리와 다투게 될 또 다른 많은 분야가 있다고 덧붙였다.
플래시 메모리 수요처의 담당자들도 플래시 메모리와 HDD는 다른 분야에서 서로의 길을 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이리버 김동환 과장은 “국내 시장에서 MP3 플레이어는 플래시 메모리 타입이 월등히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HDD 타입이 51% 정도로 대동소이 하다.”며, “최근 애플에서 비디오 아이팟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였다면 삼성전자에 어느정도 호응할 수 있었을 것이나, 비디오 아이팟의 출시로 HDD와 플래시 메모리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4GB면 충분하다. 하지만 애플의 비디오 아이팟의 경우처럼 동영상 기능을 탑재하는 경우라던가 앞으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일으킬 수 있는 휴대형 게임기의 경우에는 대용량의 HDD 탑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HDD와 플래시 메모리는 각각 다른 분야에서 함께 공존하며 커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용 PDA 개발 업체인 블루버드 소프트의 이광혁 대리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PDA 분야에서도 현재는 플래시 메모리만을 사용하고 있지만, 동영상 기능과 기타 다른 기능들이 컨버전스화 되어가며 추가된다면, 늘어나는 용량에 대비하기 위해 HDD의 선택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각 업계에서는 “속도와 전력소모량에서 HDD보다 우위에 있는 플래시의 경우 공급과정에서 가격 조정의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으로의 확장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도 “HDD 역시 기술개발을 통해 소형화, 대용량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향후 플래시와 초소형 HDD 간의 시장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애플 ‘아이팟 나노’, MP3 플레이어 시장 강타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나노’가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 저가에 출시되면서 업계에 높은 파장을 끼치고 있다.
아이팟 나노는 관심을 끄는 이유는 4기가비트의 대용량임에도 불구하고 동급 플래시 타입 제품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출시된지 17일 만에 100만여대가 판매됐으며, 지난 9월에 출시된 국내에서도 이를 구하려는 천여명의 인파가 코엑스 애플체험 스토어로 몰려 큰 혼잡을 빚는 등 인기를 끌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최대 수요처로 부상, MP3 플레이업체 공동 구매 시도
아이팟 나노가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출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삼성이 자사의 MLC(Multi level Cell) 방식의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P3 플레이어 제조 단가에서 약 40% 차지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가 저렴하게 공급되지 않는 한 이렇게 싼 가격에 제품을 출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업계 관행상 공급 및 수요처, 공급가격 등을 밝히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그러한 가격은 나올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쟁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가격압력·부품부족·마진하락의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내 MP3 플레이어업체들의 문제는 가격이다. 동급 국내제품에 비해 30%이상 애플의 아이팟 나노가 저렴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신용도는 애플과 비교해 떨어진다. 따라서 원가절감에 한계가 있다.”며, “아이팟 나노에 대응해 가격을 인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품귀현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엄청난 물량을 공급하고 있어 연말 낸드플래시 품귀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익성에도 문제가 발생된다. 아이팟 나노에 가격경쟁력을 맞추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이를 위해선 마진율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국내 중소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공동구매 형식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롭 페이트 씨게이트
소비자 가전부문 이사
“HDD, 플래시 메모리와 공존할 것”
씨게이트테크놀로지(이하 씨게이트)가 삼성전자에서 최근 발표한 플래시 메모리의 시장전망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씨게이트 소비자 가전부문 롭 페이트 이사는 지난 달 6일 열린 소비자 가전부문 전략 발표회에서 “삼성전자가 ‘HDD는 죽었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씨게이트는 이미 비즈니즈 위크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CEO인 빌 와킨스가 삼성전자의 이런 발언에 대해 반박한 바가 있다.
롭 페이트 이사는 삼성전자의 발언과는 달리 휴대형 MP3 플레이어와 기존 가전제품까지 HDD를 장착하는 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HDD는 플래시 메모리와 상당기간 서로 다른 분야에서 공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HDD 산업에서 본다면 플래시 메모리가 1TB를 만드는 것은 단기간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언젠가 미래엔 가능한 일이지만, 기술력이 언제 그만큼 성장할지는 불확실하고, 실현된다 하더라도 현재 디지털 TV, DVR 등에 사용되는 대용량 HDD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DD 이전 플래시 메모리로 존재하던 MP3 플레이어의 경우 애플컴퓨터의 아이팟(iPod) HDD탑재 제품을 중심으로 HDD의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으며, 온라인 음원 판매까지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HDD를 탑재함으로써 다양한 기능의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컨텐츠를 갖고 싶어한다. 때문에 플래시 메모리보다는 좀 더 용량이 큰 HDD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최근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플래시 메모리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1인치 HDD를 탑재하는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1인치 HDD 제품이 플래시 메모리 제품보다 저장 공간과 가격적인 면에서 300~400%의 경쟁우위를 제공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