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동산 등기전산시스템
신뢰와 학습 :

서현주(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전임강사)
최성욱(서강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과정)
"단군이래 최대의 IT 프로젝트"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법원 부동산 등기전산시스템 구축은등기소 내 부동산 등기업무와 관련한 모든 업무 처리를 전산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산화 사업 추진 기획 단계에서 사업 추진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던 중 아웃소싱 개념을 검토하게 되었고, 자체적인 개발과 운영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 최종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 아웃소싱하여 전산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LG CNS(당시 LG EDS)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통합 사업자로 선정된 LG CNS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이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당시 LG CNS와 대법원이 추진한 아웃소싱의 성격은 업무의 전체 영역을 다 포괄하며 ON SITE 지원방식과 자산의 고객 소유방식의 토탈 IT 아웃소싱 서비스 구조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법원은 이 아웃소싱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방적인 솔루션 중심의 기술사업 진행의 위험성을 사전에 숙지하고 철저히 법원 업무 중심의 비즈니스  연계(Business Alignment)에 기반하여 진행하였다 199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전략계회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리 리엔지니어링(Busines Process Reengineering: BPR)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전략지원 체계를 갖추었다. 특히 정보전략계획, BRP, 사업계획, Roll-out 계획 등의 프로세스를 통해 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실행과 연결하는 형태는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를 ITO 사업자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 기술, 관리 절차 등 3가지 측면 고려
법원은 ITO의 장점과 단점,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ITO 통합 전담사업자 형태의 독자적인 아웃소싱 계약 체계를 확립하여 운영해 왔다. 이러한 계약형태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이유는 사업초기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업초기에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3가지 측면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인력, 기술, 관리절차 측면 이렇게 3가지 측면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첫째로, 인력측면은 무엇보다도 등기부 전산화 사업에 다수의 전문인력 충원이 필요했으며 이를 통한 관리 전문성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이는 등기업무 자체가 전문성이 더 크게 요구되기 때문이었다.
둘째로, 기술 측면은 1990년대의 기술 환경을 주목해야 한다. 본 등기부 사업은 당시의 기술환경에 비해 다양한 첨단기술이 필요했으며, 특히 전환기술 등 특수 산업솔루션이 갖춰졌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수행하고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체계를 수립하는데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셋째로, 관리절차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안정된 운영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관리 오버헤드의 최소화가 가장 우선시 되었다. ITO 사업자인 LG CNS는 본 사업의 성공적인 품질관리를 위해 국제 소프트웨어 품질인정 기준의 하나인 CMM(Capability Maturity Model)을 채택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기준으로 레벨5 인증을 받은 상태이다.
LG CNS는 CMM 체계를 도입하여 소프트웨어 결함을 테스트 단계 이전에 86% 제거하는 등 많은 품질 개선효과를 거두었으며 현재도 본 품질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월 1회 SLA 평가위원회 열어
법원과 LG CNS사업팀은 등기전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0여년 간 축적된 데이터 및 지식을 기반으로 2003년 말에 4개월에 걸쳐 SLA를 작성하였고, 본격적인 적용에 대비한 예비 테스트를 수행하였다. 특히 2004년부터 월1회 SLA 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SLA 평가(SLA Assessment)는 평가 프로세스, 리포팅의 자동화 체계를 기반으로 확대 보안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ITO 사업을 진행하는 LG CNS 입장에서는 고객관계관리는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많은 예산과 장기적인 사업기간을 진행하는 사업의 성격상 고객 측인 법원과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신뢰 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LG CNS와 법원은 계약서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역할과 사업 중심사항을 상호 신뢰에 의거하여 작성하였다.
특히 서비스 형태와 내용 그리고 형태별 역할의 범위에 있어 법원과 LG CNS는 자신들이 담당할 부분에 대해 명확히 정립하였으며 사업의 실무진 및 이해 당사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프로젝트 포탈 사이트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사업관리의 효율성과 고객의 사용 만족도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G CNS는 본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위험관리 측면에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바로 기술변화관리 부분이다. 본 사업의 진행에 있어 가장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 바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IT 패러다임 변화였기 때문이다. LG CNS 운영팀에서는 급속도로 발전 및 변화하는 정보기술의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기술변화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결정하였으며, 3단계 과정을 통하여 본 사업에 반영할수 있도록 프레임을 설계하였다.
첫 번째 단계로, 본 사업 참여 전문가 그룹을 조직하여 실시간으로 기술의 변화와 사업의 접목에 대한 감각을 떨어지지 않도록 체계를 확립하였다. 여기서 전문가 그룹에 포함된 계층은 해외 자문 그룹, 해외 기술전문가 그리고 컨설턴트 등이다.
두 번째 단계로, 첫 번째 단계에서 조직된 전문가 그룹 등을 통하여 선진사례, 신기술 조사를 실행하였다. 전문가 그룹을 통한 해외 전문가 자문, 기능적 벤치마킹 실시, 해외 등기전산화 사례연구 그리고 해외 선진 기술사례 연구 등의 절차가 체계적으로 실시되었다.
세 번째 단계로, 위의 두 단계에서 실행된 지식의 체계가 본 사업의 수행조직에 전달 및 접목되어 선진사례 및 신기술 적용가능성 검토, 정보기술 아키텍처 개념 도입 그리고 시스템 영향도 분석 및 반영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시스템 구축과 아웃소싱 성과
▲안정/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실현
사업이 진행되면서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획기적으로 감소하였다. 특히 등기소 내부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유인 및 무인 자동등본 발급기와 시군 구청과 전철역사등에 확대 설치된 무인 자동등본발급기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등기부 열람 서비스의 가동으로 인해 현장의 실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또한 등기신청사건 처리 상의 오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전산화 이전에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진 업무 프로세스에서 자주 발견되었던 기재상의 오류가 전산화로 인해 대폭 감소했으며 그 가능성 또한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사실은 특히 업무 현장의 직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성과로 인식되었다. 이상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3,000억원 이상, 54%의 업무인력 감축효과 등으로 추정된다.
▲대민 서비스 향상
대민 서비스 향상 측면에서는 시스템 구축 이전에는 3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던 등기 발급시간이 3분으로 단축되었다. 이는 등기 업무 서비스 개선 면에 있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이끌어낸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관할 외 등기부 등초본 발급 서비스를 실시하고, 무인 발급기를 통한 발급의 다양한 경로를 확보하였고, 인터넷 열람 및 발급 서비스를 통한 365일 서비스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등기 관련 서류 발급과 관련한 대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공공기관 전산화의 패러다임 변화
대법원의 부동산 등기 전산화 아웃소싱 프로젝트는 지속적인 파트너십에 기반한 아웃소싱을 통한 공공기관의 IT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성공적인 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법원과 사업자는 국내 기준의 서비스 품질 기준이 아닌 글로벌 수준의 기준을 목표로 삼고 사업을 추진하였다. 즉 사업 출발 시점부터 선진 등기 제도 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업무의 투명성 증대와 안정적인 등기 업무 운영이 가능해 진 것이다. 특히 내부적인 프로세스 개선 이외에도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등기부 열람 및 등초본 발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인발급기 및 인터넷 발급 서비스를 추진함으로써 공공기관 전산화에 대한 기대수준을 한 단계 높이게 되었다.
▲신뢰에 기반한 성공적인 아웃소싱 사례 제시
법원이 등기부 업무의 전산화를 시작할 시점에 국내 아웃소싱 사업자들은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을 누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규모도 컸지만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의 성격상 당시 국내의 프로젝트 관리 경험만으로는 많은 의문과 걱정이 동시에 수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법원대로 기존의 업무 관행을 파괴하고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업무프로세스 접근을 시도해야만 했고 사업당사자인 LG CNS 역시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감수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초기의 염려와는 달리 10년동안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구축되었고 현재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 운영 품질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장기간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법원과 LG CNS간의 상호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사업주체가 세계정상급의 운영 품질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의 지원과 신뢰가 중심이 된 인내를 보여주었으며, 사업 주체인 LG CNS측 역시 법원 측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한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공요인
▲합리적인 예산 편성과 재원확보
장기간에 걸친 ITO 프로세스를 성공으로 이끈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합리적인 예산 편성과 재원 확보'이었다. 당시 법원은 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등기전산화를 위한 등기특별회계를 제정하였고 이 특별회계를 통해 예산이 마련되었다. 이때 포함된 사업의 범위는 시스템개발, 등기부전환, 시스템구매설치, 등기소 시설공사 등이었으며 이 사업범위를 추진할 수 있도록 편성된 예산은 약 4천억원이었다.
▲고객의 적극적인 학습
ITO 뿐만 아니라 조직에 정보시스템이 도입되는 모든 경우에 고객들의 참여와 관심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참여와 관심이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고 언급하는 것은 일반화된 사실이다. 그러나 LG CNS는 대법원의 고객들에게서 단순한 참여와 관심 수준 이상의 적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LG CNS측의 언급을 들어보면, 사업을 진행하면서 깜짝 놀란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고객들은 법원의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본 사업에서 활용된 기술과 아웃소싱, 업무효율의 극대화를 통한 경쟁우위 관련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개인 가정교사 까지 두고 적극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했다. 정말 전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판단된다. 우리도 사실 처음에 이 부분이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객들의 적극적인 학습 의지와 그에 따른 협업 체계의 발전은 LG CNS가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되었다."

결론
전통적으로 아웃소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대리인비용(agency cost), 정치적 고려사항(power-political dimensions), 신뢰-문화적 고려사항 (trust-culture dimensiosn) 등으로 구분된다고 볼 때 최근 아웃소싱의 실무적, 이론적 추세는 신뢰-문화적 고려사항 쪽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등기 시스템 사례는 ITO 파트너들이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들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참조 모델(reference model)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대법원 등기 시스템은 도시형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국적 전산화가 완료된 유일한 국가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현재에도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2007년에 현재 진행중인 2차 전산화 사업이 완성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 및 서비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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