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ㆍ가격경쟁력 강화 등 장점 살려야, 부가가치 높은 고가 제품과 부품 역량 강화도 제기

국내 PC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현대멀티캡과 현주컴퓨터의 연이은 부도에 이어 삼보컴퓨터마저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제 삼성전자, 대우컴퓨터, 주연테크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PC시장의 암흑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레노보를 앞세운 중국 저가형 PC들이나, 델, HP 등의 외산 업체들 까지도 저가 정책을 구사하며 국내 PC 시장을 위협하고 있어 앞으로도 국산 PC 업체들은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과 주연테크 등은 국산 브랜드의 최대 장점인 A/S체계와 로컬브랜드의 이미지,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여 이 시장을 지켜 낸다는 방침이다.
유진상 기자 jinsang@infotech.co.kr

국내 IT 산업의 근간을 이루던 PC 산업이 최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지난 4월 현주컴퓨터가 최종적으로 부도 처리를 했으며, 5월에는 국내 대표적인 중견 PC 업체인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PC 성장의 둔화세는 이미 오래전 일이고,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PC 산업은 이제 더 이상 첨단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 아닌 대부분의 기술이 평준화된 제조업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산PC업체 퇴출 이어지는가?
한국레노보 엄용웅 차장은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PC의 90%가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PC 산업이 더 이상 첨단 산업이 아닌 단순 제조업에 가까워 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PC산업은 마진이 적은 구조로 돌아선지 오래”라면서 “기술 진입장벽에 너무 낮기 때문에 중국 등에서 생산된 초저가 공세에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국산업체의 퇴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달 9일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PC 산업은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퇴출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그 이유로 ▲PC 단가 하락 유지 ▲글로벌 메이저 중심 시장 재편 ▲중국, 대만 등의 시장 지배력 부각 등을 들었다. 즉, 이러한 환경 변화에 국내 PC 업체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내 PC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보고서는 “델을 제외한 세계 2∼5위 업체들의 지난해 PC 사업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이 1.6%에 불과할 정도로 전 세계 PC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이고 가트너는 세계 10대 PC사 중 최대 3개사가 2007년까지 도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원가절감, 사업다각화 등 혁신 노력을 강조했다.
특히 국내 PC업체들의 대응 전략으로 ▲고가 브랜드 이미지 강화 ▲부품 역량 강화 ▲디지털 가전기기와 연계한 특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발굴 ▲차세대 PC 개발을 비롯한 미래 사업 준비 등을 꼽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프리미엄 기능을 갖춘 고가제품을 출시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또 해외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PC의 경우 전체 물량을 국내에서 OEM으로 제조하고 있으며, 노트북도 생산시설을 모두 중국으로 옮겨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LG전자도 이익률이 높은 노트북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PC의 이익률이 1% 수준인데 반해 노트북의 이익률은 10% 이상”이라며 “2001년부터 노트북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제품으로 부가가치 높여야
주연테크는 고급 부품을 사용하는 프리미엄급 PC임을 강조하는 반면, 가격은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한달에 3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한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며, 전국 730여개의 대리점과 37개의 전국 서비스 센터, 46개의 서비스 지정점을 운영하여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고 있다.
주연테크 유지연 팀장은 “컴퓨터를 파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구입 후 A/S까지 강화하는 한편, 싸고 성능은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외산 저가 PC 및 중국 PC에 대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보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관심은 레노보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레노보는 업계 전문가들이 초저가의 물량 공세로 나올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기존 IBM의 노트북 PC ‘씽크패드’와 데스크톱 PC ‘씽크센터’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레노보 측은 당분간은 자체 브랜드 제품보다는 기존 ‘씽크’ 제품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 레노보의 엄용웅 차장은 “올 하반기 레노버의 고유 브랜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저가 PC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고급 기술력을 갖춘 IBM PC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출시 제품 및 가격을 놓고 고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민 호 주연테크 영업본부 이사
“우리는 문제없습니다.”
14년 연속 흑자 행진, 올해 1분기 42% 성장
최근 국내 중견 PC 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중견 PC 업체들이 추가로 더 문을 닫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연테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등 전문 PC 업체들이 무너진 가운데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1분기 주연테크의 실적은 9만 5천여대의 PC를 판매하며, 매출액 850억원, 경상이익 3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에 6만 7천여대를 판매한 것에 비해 무려 41.8%가 성장한 수치이다.
주연테크 영업본부 차민호 이사는 “우리 회사는 PC 업체들이 불황과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91년 설립 이래 2만%가 넘는 매출신장과 더불어 PC 기업 중 유일하게 14년 연속 흑자 행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연테크의 경영철칙은 ‘밑지고 파는 장사는 절대 안한다.’고 말했다. 물건을 사고 팔 때 철저히 현금 거래를 고수하며, 은행 부채도 없다.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5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차 이사는 “주연테크의 주요 타깃은 일반 소비자 시장이다.”며, “출혈경쟁이 심한 기업 시장보다 가정용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말한 결재 방법과 구매력으로 원가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구매처 및 거래처와 어음을 사용하지 않고 매입 후 바로 현금결재를 통해 신용도를 쌓아 이를 바로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PC 시장은 외국계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추세가 저가 PC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외국산 PC 업체들과 비교하여 밀릴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A/S 측면에서는 국산업체들이 더욱 유리하다는 게 차 이사의 주장이다.
주연테크는 720여개의 대리점과 전국 단위의 애프터서비스(A/S) 조직 등 대기업에 맞먹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 차 이사는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 못지않게 서비스 품질을 중시한다.”며, “고급 부품을 사용하지만, 가격은 저렴하고, A/S까지 철저한 주연테크의 마케팅 전법을 계속 유지해 이를 중점으로 외국산 제품들과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연테크는 올해 하반기 중 노트북 PC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테크 측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는 9월경에 정확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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