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의 궁극적인 정책 방향은 수출이다. '수출'만 잘하면 '비리'를 용서해줄 정도다(?). 그래서인지 IT산업의 유관 부처인 정통부, 산자부 등에서도 IT 산업 대표격인 SI의 해외 진출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 SI 산업의 독특한 구조, 즉 '캡티브 마켓'이 그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는 증권거래에서 온라인 트레이딩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세계적으로 드문 국내의 이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해외에 진출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과연 국내에 그럴만한 실력을 갖춘 업체가 있을까.
국내의 대표적인 SI 업체인 A사의 증권 분야 고객사를 보자. 계열사인 A증권 뿐이다. A사 정도의 규모이면 적어도 10개 정도의 고객사는 확보하고 있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내세울 만한 실적이나 레퍼런스 사이트도 없는 마당에 어떻게 해외 SI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겠는가?
그 이유는 잘 알다시피 A그룹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그룹사들에 소속된 증권사들이 A사에게 일을 맡기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캡티브 마켓 구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최근 몇년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는 '전문기업의 육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캡티브 마켓 구조가 온존하는 한 전문기업의 육성은 요원하다. 국내 SI 산업이 태동한지 20년도 넘었다. 이제는 캡티브 마켓 등 국내 SI 산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대기업이 백화점식으로 이것저것 혼자 다할 것이 아니라 전문 업체의 제품을 사주는 것이 전문기업 육성의 첫 걸음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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