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亥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매년 그렇지만 새해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고 출발합니다. 때문에 항상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지난해와는 뭔가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등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 그 결과를 보면 그렇게 만족할 만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 교수들은 지난 한해를 풀이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密雲不雨'를 선정한 것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라는 이 사자성어는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뜻한다고 합니다.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정치,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입니다.
국내 IT 시장은 어떻습니까? 더하면 더 했지 이보다 못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IT 수출은 약 1,130억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IT 수출 품목들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통신기기, 정보기기, 방송기기 등과 관련된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도 있지만 거의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을 뿐 순수 소프트웨어는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정부는 그 동안 'IT 839' 같은 신성장동력 정책 등을 마련, 국내 IT 산업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가? 라는 의문에는 이렇다 할 해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일부 기여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특히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을 살려야만 한다는 대원칙에는 크게 벗어났다고 합니다. 오히려 대기업이나 외국산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됐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실패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정부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은 어느 누구를 의지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 기업, 학교 등 소프트웨어 산업 관계자 모두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힘을 모아야만 할 때라고 봅니다.

우선 정부를 중심으로 기업, 대학 등이 머리를 맞대고 10년, 20년 이상의 미래 비전을 마련,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창출이 가장 시급합니다. 국내 시장도 중요하지만 더 큰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대상국 선정이 우선입니다. 수출대상국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보다 베트남, 몽고, 대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제 3국을 선택하는 게 시장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메이저 시장보다 마이너 시장부터 공략, 경험과 노하우를 먼저 쌓은 후 충분한 실력을 갖춰 미국과 같은 메이저 시장을 개척하자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는 핸디소프트나 티맥스소프트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인력 수출도 중요합니다. 수출대상국에 보낼 대학생들을 선발, 장학생으로 유학을 보내는 것도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해야만 합니다. 수출을 위해서는 현지 문화를 잘 아는 인력들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희망을 갖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그 어떤 어려움도 지혜롭게 잘 극복해 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이뤄내지 못할 게 없습니다. 헝그리 정신과 개척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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