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빈 사이냅소프트 개발본부장

[컴퓨터월드]

▲ 강중빈 사이냅소프트 개발본부장

ODF라는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약어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께부터인 듯하다. 국내외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들도 ODF라는 단어를 접할 기회가 한번쯤 있지 않았나 싶다. 개방형 문서 표준이라고 알려진 ODF, 현재 어떤 흐름이 있으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ODF 개요

ODF의 정식 명칭은 ‘Open Document Format for Office Applications’이다. 간단히 말하면 오피스 문서 포맷의 일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등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인 ‘오픈오피스(OpenOffice)’의 파일 포맷이 그 기원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OASIS(Organiz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tructured Information Standards)라는 컨소시엄에서 표준화를 추진했고, 지금은 ISO/IEC 26300:2006 이라는 국제 표준이 돼있다.

ODF는 문서 내용과 스타일 등을 XML에 담아 기술하며, 대개 문서 내 이미지 등 부속자료들을 함께 모아 압축한 형태로 유통된다. ODF라고 통칭하는 포맷은 다시 응용 프로그램의 종류에 따라서 ODT(워드프로세서), ODS(스프레드시트), ODP(프레젠테이션), ODB(데이터베이스) 등의 확장자를 지닌 하위 포맷으로 나뉘는데, 모두 XML에 기반 한 공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ODF와 OOXML

오피스 프로그램 분야의 선두 업체가 MS이다 보니, ODF 역시 MS오피스의 포맷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MS오피스의 경우 버전 2003까지는 바이너리 형태의 독자적인 포맷을 기본으로 사용하다가, 버전 2007부터 XML에 기반 한 압축파일 형태로 바뀌었다.

그 이전에도 XML에 기반한 포맷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본 저장 포맷으로 채용된 것은 2007부터였다. 새로운 포맷은 기존의 파일 확장자에 ‘X’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서 XML 기반이라는 것을 나타냈다(docx, xlsx, pptx). 이 파일들은 실제로 확장자만 zip으로 바꾸면 압축 유틸리티로 열어볼 수 있다.

MS사는 버전 2007 출시 전부터 이미 이러한 XML 기반의 문서 포맷을 Office Open XML(통칭 OOXML)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를 추진해 Ecma-376 국제 표준으로 만들었고, 이 포맷은 그 후 ISO/IEC 29500 표준으로도 등재됐다.

이런 표준화는 시기적으로 ODF의 국제 표준화와 겹치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오픈오피스(OpenOffice)와 MS오피스의 경쟁구도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귀결일 듯하다. ODF와 OOXML는 현재 둘 다 국제 표준이고, XML 기반에다 압축파일의 형태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방형 표준 도입의 필요성

OOXML을 기본 포맷으로 사용하는 MS오피스 프로그램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전 세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SW(소프트웨어)다. 그와 대비해 ODF를 기본 포맷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오픈오피스(OpenOffice)와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인데, 근래에는 리브레오피스 쪽이 좀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브레오피스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8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하니, 오픈소스 오피스라고는 하지만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쓰는 수준은 넘어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문제는 이 두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이 모두 엄연한 국제 표준이라는 것이다. 국제 표준 포맷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논리상으로 아무런 이슈거리가 없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ODF와 OOXML의 태생을 둘러싼 논란이 여러 해 동안 이어지고 있다.

OOXML은 그 근본이 MS오피스라는 상용SW인 탓에, 특정 벤더에 종속적인 표준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OOXML로 작성된 문서가 표준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평가하려면, 사실상의 표준 구현체인 MS오피스에서 문서를 열고 비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MS오피스 프로그램의 새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기능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어서, 국제 표준인 OOXML에 기반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산하고 유통하는 수많은 문서가 특정 기업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ODF에 대한 SW 지원

ODF는 다양한 문서 저작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다. 글로벌SW로는 오픈오피스와 리브레오피스, MS오피스(2007 SP2부터) 및 구글독스(Google Docs) 등에서 ODF를 읽고 쓸 수 있다. 국내의 경우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 인프라웨어의 폴라리스오피스, 네이버오피스 개발사인 사이냅소프트의 제품 등에서 ODF를 지원하고 있다.

ODF 문서의 열람이 목적인 경우라면, 먼저 PDF로 변환한 다음에 게시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일부 벤더의 프로그램은 ODF를 읽어서 바로 이미지나 HTML로 변환해주기도 한다. ODF 표준 호환성은 기본 포맷이 아닌 프로그램의 경우 다소 미흡한 편인데, 최근 ODF가 주목을 받으면서 MS오피스가 버전 2013부터 ODF 지원을 부쩍 강화하는 등 관련 업계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이다.

▲ <그림1> MS워드에서 ODT로 저장하고 다시 읽기

▲ <그림2> 아래한글에서 ODT로 저장하고 다시 읽기

<그림1>과 <그림2>는 설치형 오피스 프로그램인 MS워드와 아래한글에서 ODF 문서를 변환한 사례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doc 및 hwp 문서 하나를 골라 각각 MS워드 2013과 아래한글 2014VP에서 열고, 이것을 ODT로 변환해 리브레오피스에서 열어보고, 그 ODT 문서를 MS워드와 아래한글에서 재차 연 화면이다. 보는 바와 같이 아직 포맷 간 상호 변환 시 다소간의 품질 이슈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ODF의 한계

OOXML도 마찬가지지만, 문서의 내용을 기술하는 표준으로서 ODF에는 나름의 한계가 존재한다. 문서를 구성하는 다양한 개체를 어떻게 XML로 나타낼 것인가에 중점을 두다보니, 사용자가 실제로 문서를 열었을 때 이런 개체들이 어떻게 렌더링(rendering)돼야 하는지 불명확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텍스트 개체의 줄 간격을 어떤 공식으로 계산해 화면에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동일한 ODF 문서라도 읽어들인 프로그램에 따라 문서의 레이아웃이나 개체의 모양, 위치 등이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게다가 ODF와 다른 포맷 사이에 변환이라도 하려고 하면 더욱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예컨대 차트(chart) 개체는 대부분의 워드프로세서가 지원하고 있지만 OOXML, ODF, HWP 등 각각의 문서 포맷에서 지원하는 차트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고, 같은 차트라 해도 개체 내의 세부 속성은 또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체를 다른 포맷으로 변환한다면 상대 포맷에 정의된 것 중 가장 유사한 개체 또는 속성으로 대응시키는 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자체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어서 다른 포맷과 호환되지 않는 수식처럼 특정 포맷에 고유한 개체라면, 다른 포맷으로 변환할 때는 이미지로 대체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변환된 문서에서 원래 내용을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해당 개체를 다시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문서 포맷 표준’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라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문서 표준이란 원 저작물의 물리적인 ‘모양’을 원 저작자가 의도했던 인쇄 모습 그대로 담기 위한 수단인가? 또는 원 저작물에 담긴 ‘콘텐트’, 즉 문서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를 담기 위한 수단인가?

전자의 기준으로 본다면 ODF든 OOXML이든 간에 현재의 문서 표준이 우리 요구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서의 열람이 목적인지, 편집과 재사용이 목적인지를 먼저 분명히 한 다음에, 용도에 맞는 표준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외 도입 현황

ODF는 태생부터 공개SW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MS 제품의 대안을 찾던 유럽 쪽에서 리눅스와 함께 도입이 활발히 검토됐다.

지난 2013년 EU(유럽연합)에서 ‘특정 IT업체 종속을 탈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그런 흐름이 개별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더 최근 소식으로는 지난해 영국 정부가 ‘Open Standard’ 문서 포맷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일이 있는데, 공유와 협업을 위한 포맷으로 ODF를, 문서 열람을 위한 포맷으로는 PDF/A 또는 HTML을 선택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몇 차례 도입 시도가 있었다. ODF는 지난 2007년 국내 표준으로 규격화가 이뤄졌으며(KS X ISO/IEC 26300), 역시 2007년에 정보통신부에서 ‘행정업무용 문서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던 까닭에 실제 표준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2010년에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문서 표준으로 ODF 도입을 추진한 일이 있다.

▲ ODF 도입 현황 (2009년도)

2014년 들어 EU와 영국 정부 등 해외의 ODF 도입 소식과 맞물리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흐름이 일기 시작했다. 안전행정부에서 민원신청서 등에 ODF를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정부 규모의 클라우드 오피스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등이 진행됐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첨부문서들은 여전히 HWP문서가 80% 이상이며, PDF와 XLS문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서의 벤더종속성을 탈피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본격화됐다는 점은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 할 것이다.


도입 시 고려할 사항

하지만 앞에서 논한 것처럼 ODF가 만능의 요술방망이는 될 수 없다. MS오피스나 HWP 포맷과의 상호 호환성 같은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 본질상 개선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제 ODF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먼저 그 용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문서 포맷을 문서 모양 보존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의미 전달의 매개체로 볼 것인가?

영국 정부의 사례가 우리에게 참고가 돼줄 수 있을 듯하다. 이것은 공유와 협업 용도로는 편집을 염두에 둔 ODF를, 수정이 필요 없는 열람 용도로는 PDF와 HTML을 도입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 사례다. 또한 리브레오피스에서 지원하는 ‘Hybrid PDF’ 포맷을 참고할 수도 있겠다. 이 포맷은 PDF 안에 ODF 문서를 임베드시킨 것으로, 열람할 때는 PDF를 쓰고 편집이 필요할 경우에는 그 안에 포함된 ODF를 사용할 수 있어서 한 파일로 두 가지 용도를 충족시킨다.

ODF의 도입이란 것이 문서 작성을 반드시 오픈오피스나 리브레오피스로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내용 전달 매체로서 ODF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유통되는 문서 포맷을 개방형 표준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공감대의 도출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이다.


맺는 말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수행되는 거의 모든 업무의 결과물은 문서라는 모습으로 만들어져서 조직의 안과 바깥으로 유통된다. 기업에서도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ODF 도입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지만, 특히 공공기관에서 일반 대중을 위해 게시하는 문서의 경우에는 그 공공성을 고려해 개방형 문서 표준의 도입을 검토할 이유가 충분하다.

공공 문서라면 우선 특정한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게시된 문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포맷 별로 정해진 프로그램이 설치돼야만 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어 보인다.

또한 게시된 문서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상용 프로그램 없이 편집과 재사용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널리 쓰이는 양식을 내려 받았지만 정작 그 양식으로 필요한 문서를 만들려 하니 상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공공을 위해 게시한 문서의 원래 취지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ODF는 만능 표준이 아니지만, 장단점을 잘 파악해 사용한다면 개방적인 문서 포맷이 필요한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당장의 편리함보다는 조금 긴 안목으로 문서 유통과 보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할 때다.

▲ 사이냅소프트의 ODF 정보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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