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썬(대표 유원식)과 AMD코리아(대표 박명철)가 국내 X86시장에 대한 공동 공략에 들어갔다. 이 같은 양사의 행동은 그동안 마케팅 부재로 더딘 성장을 보이던 X86시장의 확산을 첫 번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썬과 AMD코리아가 협력 관계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규모면에서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총력을 쏟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썬과 AMD의 마케팅 협력 강화는 2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첫째는 로앤드 시장에서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측의 회복세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썬과 AMD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경쟁사 인텔의 노코나 프로세서의 시장확산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방어할까? 하는 부분이다. AMD는 이미 지난해 4월 32-64비트 호환의 X86아키텍처를 기본으로 하는 옵테론 프로세서를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올해 초부터 실질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썬 역시 올해 초 부터 옵테론 프로세서를 장착한 v20z모델을 국내에 소개해, 사실상 옵테론 프로세서를 장착한 V20z 모델이 국내 시판에 들어간 것이 대략 반년 정도가 지난 상황이다. 문제는 AMD의 X86 아키텍처가 32-64비트를 동시에 지원해, 기존 투자보호 측면에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현재까지는 NT 시장에서의 장점 부각에 실패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같은 기간 내에 경쟁사 인텔의 경우 64비트 아이테니엄2 서버와 32비트 제온 서버가 각각 독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옵테론 프로세서의 경우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옵테론 프로세서의 경우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인텔 제온 프로세서와 경쟁을 원하는 위치도 아니다. 게다가, 썬의 입장도 그리 낙관적이지 만은 못한 양상이다. 경쟁벤더들의 로앤드 서버 장비 기술력의 향상과, 상용프로세서의 성능향상 및 높은 가격하락폭은 스팍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썬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기존 스팍 기반의 RISC 프로세서로는 로앤드 시장에서는 버텨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AMD는 낮은 국내의 인지도를 개선해야 하는 절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썬이 확보한 로앤드 시장의 점유율을 통해 AMD의 인지도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썬과 AMD의 협력은 양사간의 필요 충분 조건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썬의 김보규 과장은 “썬이 공급하는 옵테론 장착의 서버제품군은 스팍 프로세서를 장착한 모델에 비해 적게는 2/3, 크게는 절반 이하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내 업체인 유니와이드의 경우 1U랙 규모에 옵테론 프로세서가 4개 장착된 4웨이 서버를 출시한 바가 있다. 반면, 썬의 경우 현시점에서 3U랙 크기의 4웨어 옵테론 서버인 V40z를 선보였으며, 국내시장에 실질적인 런칭을 하기 위해선 약간의 시간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썬이 공급하는 제품역시 경쟁사들의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 썬이 스팍 프로세서 제품군을 여전히 가져가면서, 옵테론 서버 판매를 병행하겠다는 전략 역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썬이, 상용프로세서를 병행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스팍 계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옵테론 프로세서로 갈 경우 타 벤더와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썬 측은 “아직 스팍 계열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향후 옵테론 서버의 비중이 커질 것은 확실하지만, 현시점에서의 전체 판매 비중을 크게 차지하지고 있지는 못하다”고 설명했다.

X86 시장의 변수 ‘노코나’

근래 등장한 인텔의 노코나 프로세서는 AMD와 썬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옵테론 프로세서가 등장하고 국내 시장에서 확산되기 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인텔의 노코나 프로세서는 출시되기가 무섭게 다수의 서버 벤더들이 노코나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인텔의 노코나 프로세서가 X86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우선 32-64비트 호환의 X86프로세서가 독자적인 시장영역을 확보하는데,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와, 기존 AMD 옵테론 프로세서의 축적된 노하우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썬과 AMD 측이 옵테론을 내세워 미개척 시장에서의 인지도 확산을 어렵사리 진행해 온데 비해, 인텔은 어느 정도 확산된 X86의 인지도를 백분 활용해 한걸음에 따라붙은 상황이다. 또한 국내시장에서 유독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인텔의 상황을 고려하면, 옵테론 프로세서를 따라잡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우선 인텔측은 아이테니엄과 제온 프로세서가 이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에 위치를 확보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자사의 역량을 노코나 프로세서 확산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라, 이 같은 인텔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같은 시장상황에 대해 썬과 AMD측은 여전히 옵테론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인텔의 노코나 프로세서는 32-64 호환 기종이라는 특징만 동일할 뿐 서버프로세서와 North Bridge를 연결하는 방식인 Front Side Bus 기술력과, 메모리와 프로세러를 연결하는 다이렉트 커넥티드 아키텍처 면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텔 측이 노코나 프로세서의 세부적인 스펙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옵테론 진영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썬-AMD, X86 시장 굳히기 나서

종합적인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썬과 AMD의 공동마케팅 전략은 양사 벤더의 생사가 걸린 전사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의 현실적인 대책은 강력한 마케팅 전략밖에는 없다. 한국썬과 AMD코리아 측은 옵테론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군에 대한 마케팅을 위해 내부적으로 15명으로 구성된 ‘토네이도’팀을 신설했다. 특히, 양사는 공동으로 ▲썬 옵테론 테스트센터설립 ▲교육 및 영업지원 ▲산업군별 세미나 개최 ▲전시회 참여 ▲광고 / 홍보 등의 방법론을 통해 시장에 대처해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나섰다.

토네이도팀의 도용호 팀장은 “썬과 AMD가 추진중인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은 5가지 경로로 진행될 예정이다”며 “현재, 대전과 서울에 기술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인볼루션 센터가 각각 10월과 12월까지 완공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썬과 AMD코리아는 9월내로 대전에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11월에는 제조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오라클의 오픈월드에서 옵테론 프로세서를 장착한 썬의 신제품 V20z, V40z서버 및 1P W1100z, 2P W2100 워크스테이션을 데모장비로 활용해 옵테론의 성능을 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썬의 유원식 사장은 “AMD와의 협력은 X86 서버시장을 확대해, 시장에서의 1~2위 위치에 오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고 말했다. 반면, AMD의 박용진 사장은 “썬과의 협력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엔터프라이즈 팀을 구성해 왔다”며 “단순 칩셋을 공급하는 파트너가 아닌 썬과 AMD의 윈-윈 할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썬은 1웨이, 2웨이, 4웨이 서버 제품군에 대해선 X86프로세서를 장착한 모델과, 기존의 스팍칩 장착 서버군을 함께 공급할 예정이며, 8웨이 이상의 하이엔드 모델에서는 스팍 제품을 탑재한 모델만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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