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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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조기진단이 치료에 중요하다”
정은철 / 성균관의대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보전략실장(CIO) / 강북삼성병원 방사선과 과장

젊어서 한 때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십 년 만에 나누는 대화에 추억이나 알맹이가 있을 리 없어 우리는 그저 날씨와 건강에 대한 의례적인 얘기만 나누었다. 언제 한번 식사나 하자는 인사치레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데 수화기 저쪽 말투가 묘했다. "남편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잊을 만큼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녀의 전화번호가 액정에 떴다. "아침부터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면도를 하고나서도 기억을 못하고 한쪽 팔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즉각 뇌경색으로 판단되어 응급실로 오게 해서 MRI를 촬영했다. 응급실에서 찍은 심전도에는 심방세동이 있었다. 변하지 않는 미모의 그녀지만 남편의 병 치료가 더 급박하다보니 내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다.
예상대로 좌측 중뇌동맥 근위부의 색전에 의한 급성 뇌경색이었다. 다행히 두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아 혈전용해술을 시행하여 성공적으로 혈관을 개통하게 되었고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병실복도에서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몇 달 전부터 부정맥이 생겨 몇 몇 병원을 다녔지만 특별한 진단을 못 받아 걱정하던 차에 내 이름을 기억하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심장내과가 아닌 방사선과라는 말을 듣곤 남편증세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고, 이날 아침에 남편의 증세가 이상해서 급박하게 머리에 떠오른 나를 찾은 것이었다. 이런 착하고 순수한 여자를 두고 새삼스레 가슴이 울렁거려 망측한 지레짐작을 했고 나름대로 훈계를 할 작정이었으니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작자인가?

색전 증상시 3시간 이내 치료해야
이 환자에서 나타났던 심방세동이란 평상시는 괜찮다가 간혹 심장리듬이상으로 심장박동이 불규칙이거나 지나치게 빨리 뛰는 것이다. 진단 시 심방세동이 나타나지 않는 한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는 간혹 나타나는 부정맥 때문에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이 무질서한 신호는 심장에서 작은 피덩어리(혈병)를 을 형성한다. 때로 이런 혈병들이 심실을 지나서 뇌, 관상동맥, 폐, 그리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옮겨져서 작은 혈관들을 막게 되는데, 이것을 색전이라고 부른다. 색전의 증상 발현 후 3시간 이내에만 병원에 도착하면 대부분 완쾌될 수 있다. 적어도 6시간 이내에 도착한다면 환자의 경과를 호전시킬 수 있다. 가장 손쉽고 빠른 치료법은 정맥으로 혈전용해제를 주입하는 것이나 투여한 약제가 혈전에 도달하는 비율이 낮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막힌 동맥 내에 미세도관(micro-catheter)을 삽입하고, 이를 이용해 기계적으로 혈전을 부수거나 혈전용해제를 주입하여 뚫는 것이다.
손끝을 바늘로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이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서 증세의 호전이 없이 지내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인데, 과거의 정을 적당히 이용하여 건강을 챙기는 현명한 아내를 둔 남편의 행운이 부러워진다. 퇴원하는 날, 언제 식사나 하자고 하는 그녀의 상투적인 인사를 들으며 한편으론 내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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