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자가 살아남는 진정한 경쟁 허용할 때 혁신은 촉진






알렉산더 그래함 벨이 발명한 전화는 혁신의 대표격이다. 그 전까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연락을 하려면 말을 타고 달려야 했다. 그 일이 어렵다 보니 먼데 사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연락하지 않고 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만큼 시장의 범위도 좁아지고, 생산성도 낮았다. 정치적으로도 지역색이 매우 강한 풍토가 형성되었다. 벨이 발명한 전화는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그런 만큼 시장의 범위도 좁아지고, 생산성도 낮았다. 정치적으로도 지역색이 매우 강한 풍토가 형성되었다. 벨이 발명한 전화는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의사소통 방식의 혁명이었다. 시장은 매우 커졌고, 그 결과 국민 각자의 생산성과 소득도 매우 높아졌다. 생활방식의 변화와 생활수준의 향상, 이것이 바로 혁신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얻게 되는 열매다.
그런 일은 우리의 역사에서도 많았다. 이명래 고약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사례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종기는 매우 오랫동안 무서운 질병이었다. 정조 대왕마저 이 병으로 돌아가실 정도였다. 종기는 계층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 넣었다. 1906년 처음 시장에 나온 이명래 고약은 진정한 혁신이었다. 아직도 그 비법이 공개되지 않는 방법으로 고름만 쏙 빼내는 일은 그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종기의 위험에 노출된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복음이었다. 몇 푼 안 되는 그 약이 이 땅에 등장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구하고 고통에서 벗어났는지 모른다.
이런 것이 혁신이다. 종전과는 매우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일이다. 소비자의 이익을 위하고, 만인의 이익을 위해서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컴퓨터라는 혁신을 통해서 소비자들과 세상은 엄청난 이익을 봤다. 주산을 배울 필요가 없어졌고, 공책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CD를 사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같은 노력을 들이더라도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혁신은 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큰 두 가지의 동인은 호기심과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이다. 호기심이 있기에 사람은 예전과는 다른 방법, 예전과는 다른 제품을 만드는 일에 흥미를 갖는다.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혁신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호기심으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용한 것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허를 받은 기술 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의 비율은 1%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롭다는 것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유용하다는 것이 서로 다른 것임을 잘 보여준다.

무엇이 혁신을 만들어내나
유용하다는 말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는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살 용의가 있는 것임을 뜻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 새로운 것은 발명자나 혁신자의 입장에서 판단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유용한 것은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하기 어려워하는 일을 해서 새로운 것,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정신과 태도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신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새로운 생산방식이나 경영방식을 통해서 품질을 개선하고 원가를 낮추고자 하는 마음은 대부분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돈이 벌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동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혁신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혁신의 촉진제, 지적재산권제도
그렇게 본다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정책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적재산권 제도이다. 혁신을 이루는 큰 부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다. 발명이든 음악이든 새로운 것들은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된 것이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워도 모방하기는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방자가 만들어내는 복제품은 창안자의 제품과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버는 격이니 누구도 혁신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모방자가 혁신자의 이익을 가로챌 가능성은 IT 산업에서 특히 높다. 혁신의 결과물이 바로 프로그램 같은 지적재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워드프로세서의 코드를 아무나 복제해서 팔거나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도 창안자의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누구도 좋은 혁신적 워드프로세서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적재산권 제도는 혁신의 이익이 혁신자에게 돌아가는 환경을 조성해서 혁신을 촉진한다.
지적재산권 제도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카피라이트(copy right)의 반대말인 카피레프트(copy left)라고 부르는 이 사람들은 특허나 저작권제도가 없어야 오히려 더 많은 발명과 더 많은 창작물이 나올 거라고 주장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영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말대로 기존의 발명을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다음에 발명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타인의 특허를 침해한 것인지 아닌지를 검색하는 데에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로열티를 지불하느라고 돈을 쓰지 않아도 될 터이니 그만큼 후속 발명은 쉬워질 것이다. 음악이나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이나 소프트웨어에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새로 노래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한 걱정 없이 새로운 노래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니 혁신을 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 쉽게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카피 레프트와 혁신
그런데 이 같은 그들의 주장에는 아주 큰 전제가 필요하다.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든 안하든 혁신을 하려는 의지나 욕구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혁신에 대한 욕구가 변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지적재산권 제도는 혁신을 가로막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일 뿐이다. 하지만 그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혁신의 이익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혁신에 대한 의지를 잃게 된다. 기업가 정신도 사라진다. UCC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처럼 취미 삼아 하는 창작이나 혁신은 존재하겠지만 소비자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지적재산권 제도가 혁신의 장애물이 될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모든 장애물에도 불과하고 혁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즉 혁신하려는 의지는 지적재산권 제도 없이는 살아나지 않는다.
BSA와 IDC가 <소프트웨어 경제보고서>(2005년 12월)에서 국내 불법복제율을 10% 낮출 경우, 2조 9천억 원 규모의 GDP 상승 효과와 18,000 여 개의 신규 고용 창출 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보장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경험적 인식에 기초해 있는 것이다.
이명래 고약은 '고약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그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100%였다. 요즈음의 시각에서 보면 거의 완전한 독점이다. 하지만 그 독점은 나쁜 짓을 한 결과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다른 누구보다 더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한 결과다. 그런 혁신자를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불이익을 준다면 혁신의 의지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싸고 좋은 제품의 공급을 계속하고 있는 한,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혁신자에게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명래 고약은 그전까지 종기시술을 하던 다른 의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명래 고약의 보급에 제한을 가했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혁신적 제품의 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혁신과 경쟁, 그리고 독점
이것은 공정거래법이나 기타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해서 말해주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정책은 시장점유율 높은 기업에게 불이익을 줄 때가 많다. 이런 식의 법이나 정책은 경쟁을 억누르는 셈이다. 경쟁자를 살리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싶어하는 혁신적 기업의 시장점유율에 제한을 가한다면 시장에서 경쟁은 사라진다. 비록 시장에 하나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가장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자가 살아남게 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이다. 그 생존자가 높은 시장점유율만 믿고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새로운 혁신자가 나와서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아가는 것이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모습이다. 진정한 경쟁을 허용할 때에 비로소 혁신은 촉진되고, 소비자들은 많은 혁신의 결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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