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SW공학센터는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확정했다. 이유는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원과의 시너지’를 위한 흡수 합병이다. 그러나 흡수 합병은 명분일 뿐, 내막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문제들로 얽히고설켜 있다.

가장 큰 직접적인 원인은 비리 문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에 이어 지난 4월에도 NIPA 관계자 두 명이 뇌물 수수 혐의로 현재 구속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인력관리 문제 ▲본원과의 업무(일부) 중복 등으로 인한 혼선 ▲장기전략 부재 등도 흡수 합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치적 논리보다 가치와 중요성이 더 먼저

그러나 이 같은 원인들은 형식에 불과할 뿐, 더 큰 배경은 힘이 없는 기관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SW공학센터를 비롯해 본원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산하 기관인 만큼 미래부의 담당 국장을 비롯해 차관, 장관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좌우될 수 있다. 이는 곧 기관의 필요성과 중요성, 가치 등이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사회는 교수, 벤처기업회장, 기획재정부와 미래부 담당 국장, 언론인 등 각계 대표자들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최상급기관인 미래부의 의견과 의지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SW공학센터 흡수 합병은 중요성이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미래부의 기관 폐지 의지에 따라 결정했을 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일부 직원의 뇌물수수는 당연히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겠지만, SW공학센터의 존재가치에 대해 먼저 논의를 한 후 흡수 합병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마땅한 데 그러한 절차상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미래부의 의지에 따라 섣부른 결정을 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NIPA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미래부 담당자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만 하고, 동일한 자료를 두 번, 세 번 요구하는 대로 언제든 제공해 줘야만 하는 등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본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순수 설립 목적 달성 위해 독립성 더 강화했어야”

SW공학센터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9년 11월 15일이다. 당시 NIPA의 한 부서였던 SW공학단을 SW공학센터로 승격시켜 별도 독립시킨 것이다. SW의 중요성이나 가치, 정부공공기관 및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SW의 품질을 한 단계 높여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SW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끌어올린다는 목적이었다.

때문에 SW공학센터는 나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독자적으로 운영 및 관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독립적 운영 관리가 오히려 미래부와 본원의 눈엣가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본원인 NIPA나 미래부의 입맛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화근이 돼 급기야는 ‘폐지’라는 극단적이자 성급한 결정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SW공학센터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 관계자는 SW공학센터가 왜 제멋대로 하느냐”라는 푸념을 자주 늘어놓곤 했다고 귀띔했다.

GCS 사업은 성공 사례

SW공학센터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SW 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관이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SW공학센터는 이명박 정권 때 이윤호 지식경제부 초대 장관을 중심으로 각계 기업인 대표와 교수 등의 건의로 설립됐다. 당시 이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 관계자는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SW 품질의 중요성 및 가치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SW공학센터는 GCS(Global Creative SW)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글로벌 톱 수준의 잠재성이 있는 SW 전문 중소 및 중견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병원 정보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인 이지케어텍이 개발한 병원정보시스템(HIMMS)은 서울대분당병원에 구축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되기도 하는 등 SW업체의 해외진출에 SW공학센터가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SW공학센터는 매년 GCS 사업의 일환으로 20여개 안팎의 SW를 선정, 해외시장에 내놔도 SW품질에 문제가 없을 SW 솔루션 개발을 적극 지원해 주고 있었다. 미래부가 폐지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할 만큼 직무유기나 조직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교훈 삼아야”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생산을 중단했으며, 이는 전 세계 언론에 톱 뉴스로 보도됐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SW품질에 대한 검증과정을 제대로 거쳤다면 그러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SW를 제대로 잘 알고 사용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또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활용해야만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SW 원인이 더 많다. 그만큼 SW품질이 중요한데, SW공학센터를 폐지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SW 중심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SW품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SW공학센터 같은 기관의 조직을 더 강화하고 보완해야만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미래부가 SW의 가치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NIPA는 SW공학센터의 6개 팀 중 ‘SW공학기술팀’과 ‘SW품질혁신팀’ 등 2개 팀만 유지하고, 나머지 4개 팀은 각 부서로 해체·흡수시킬 예정이다. SW중심사회를 이끌어 나갈 미래부가 SW 품질을 어떻게 높여 SW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주도해 나갈지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