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획득, 사업 다변화, 제품 역량 강화 위해 적극 추진

 
[컴퓨터월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IT기업들의 대형 M&A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IT기술 발전의 시대에 필수 전략으로 꼽히는 M&A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고,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며, 제품 역량을 강화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 특히 ▲애플 ▲구글 ▲MS ▲인텔 ▲시스코 ▲오라클 ▲델테크놀로지스 ▲IBM 등은 M&A를 통해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컨버지드 인프라, AI, 드론,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대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IT기업들의 M&A 사례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IT업계의 변화를 예상해보고, M&A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어떠한지도 짚어봤다.


꾸준히 이어지는 대형 M&A

최근 몇 년간 글로벌 IT기업들의 인수합병(Mergers&Acquisitions, 이하 M&A)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10월 발표됐던 델(Dell)의 EMC 인수는 IT업계 사상 최대 금액인 670억 달러(약 76조 6천억 원) 규모로 진행돼 업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델의 회장 겸 CEO인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Silver Lake)와 함께 스토리지 전문 기업 EMC를 인수해 델과 통합을 진행했으며, 양사는 각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올해 9월 통합을 공식 마무리하고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아바고테크놀로지스(Avago Technologies)가 미국의 경쟁 기업 브로드컴(Broadcom)을 370억 달러(약 41조 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고, 인텔은 지난해 말 무선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s, 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 기업인 알테라(Altera)를 167억 달러(약 19조 원)에 사들이며 기술 역량을 보강했다.

하드디스크 제조 기업인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도 지난해 10월 플래시메모리 기업 샌디스크(Sandisk) 인수를 발표, 올해 5월 160억 달러(약 18조 3천억 원) 규모로 알려진 인수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고 미래 대비에 나섰다.

올해 역시 대형 M&A가 이어졌다. 6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즈니스 SNS 업체 링크드인(LinkedIn)을 당사 최대 금액인 26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인수했다. 7월에는 일본 IT·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시대를 대비해 영국의 반도체기업 ARM을 243억 파운드(약 36조 5천억 원)에 사들였다. 또한 8월에는 사이버 보안 업체 시만텍(Symantec)이 기업 및 정부 대상 웹 보안 솔루션 업체인 ‘블루코트(Blue Coat)’를 46억 달러(약 5조 4천억 원)에 인수하며 보안 업계 최대 규모 기업으로 거듭났다.

미국 최대 통신기업 버라이즌의 경우 지난해 AOL(아메리카온라인)을 44억 달러(약 4조 8천억 원)에 인수하며 모바일 콘텐츠 및 광고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올해 7월에는 야후(YAHOO)를 48억 달러(약 5조 4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본격적으로 광고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다만 최근 야후가 500만 건의 이메일 해킹 및 백도어 감시 논란을 겪으면서 차질이 생겼고, 버라이즌은 현재 10억 달러의 인수대금 감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10월 27일(현지시각), 미국 퀄컴(Qualcomm)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NXP를 470억 달러(약 53조 8천억 원)에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다. NXP는 2006년 필립스에서 분사된 이래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프리스케일(Freescale)을 118억 달러(약 13조 9천억 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현재 NFC나 모바일 결제, 자동차까지 폭넓은 분야의 반도체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퀄컴의 반도체 지적재산권은 더욱 그 범위를 넓히게 됐다.


성장과 생존 위한 선택…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아

이러한 몇몇 대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IT기업들은 저마다 사업 성장을 위해 M&A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벌 IT기업의 M&A는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경쟁력 제고 ▲제품 및 서비스의 다각화 ▲신규 해외시장 진입 및 세계화 전략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IT기술 융합 추세에 대응한 역량의 보완과 기술 확보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의 M&A는 새로운 성장 산업에 대한 진출과 이를 위한 기술적 역량 보완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 IT업계가 개인용 컴퓨터(PC)를 중심으로 이뤄낸 성장은 이제 스마트폰으로 그 중심축이 넘어갔으며, PC가 수십 년 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것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단 10년 만에 성장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M&A는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과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해답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민진 인텔코리아 이사는 “IT를 둘러싼 기업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내부에서 개발해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IT기업에게 M&A 전략은 매우 유용하며, 또한 매우 빈번히 실행되고 있다”면서,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메이커-개발자-스타트업에 이르는 에코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성공사례도 늘어나면서 분야와 영역 역시 확장되고 있다. M&A 역량은 개발 못지않게 IT기업의 핵심역량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 M&A 현황

01 애플 | ‘아이폰’ 중심으로 증강현실·인공지능 투자

애플은 대형 M&A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아이폰(iPhone)’의 역량 강화를 노리고 메모리 반도체나 펌웨어 보안 관련 기업을 인수해온 애플은 이와 더불어 관련 서비스 플랫폼의 확장을 위해 지리 정보, 데이터 분석, 영상 분야 등의 기업들을 사들였다.

이 중 눈에 띄는 규모의 거래는 지난 2014년 애플 역대 최대 M&A 금액인 30억 달러(약 3조 5천억 원)에 헤드폰 제조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전문가들은 비츠의 헤드폰 관련 기술을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스트리밍 사업인 ‘비츠 뮤직(Beats Music)’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예상대로 최근 애플은 다운로드 및 자사 기기 사용자만을 위한 폐쇄적 구조였던 ‘아이튠즈(iTunes)’ 음악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기기를 대상으로도 개방하고 스트리밍을 추가한 ‘애플 뮤직(Apple Music)’을 새롭게 출시했다.

더불어 애플은 최근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자체 개발 무선전송 칩 ‘W1’을 탑재한 무선헤드폰 ‘비츠 솔로3 와이어리스(Beats Solo3 Wireless)’를 출시, 프리미엄 음향기기 사업에서의 이점도 살리고자 하고 있다.

▲ 애플뮤직 화면

이처럼 애플은 지금까지 주로 ‘아이폰’을 중심으로 기기 및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는 M&A 행보를 보여 왔으며, 최근 그 범위는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으로 확장되고 있다.

먼저 AR 부문의 주요 M&A를 보면, 애플은 이미 지난 2013년 3D 동작인식센서 기술 기업 프라임센스(PrimeSense)를 인수한 바 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이케아(IKEA) 가상 쇼룸(showroom) 등으로 유명해진 AR 소프트웨어(SW) 기업 메타이오(Metaio)를 끌어안았다.

이어 지난해 11월 모션 캡처 스타트업 페이스시프트(Faceshift)를 인수한 애플은 올해 1월에는 구글과 ‘탱고(Tango)’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AR 관련 SW기업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를 인수하는 등 AR 기술의 획득을 위한 M&A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지난 7월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AR과 ‘포켓몬 고(GO)’ 돌풍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기조에 더욱 힘을 실었다.

AI 부문을 살펴보면, 애플은 지난 2010년 음성인식 비서 플랫폼 ‘시리(Siri)’를 인수하고 이를 ‘아이폰’에 탑재하며 업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여기에 2015년에는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폰 사진인식 기술 스타트업 퍼셉티오(Perceptio)와 자연어처리 기반 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보컬IQ(VocalIQ)를 인수하며 ‘시리’의 기술 보강에 나섰다.

올해 1월에는 얼굴 표정 인식기술을 보유한 이모션트(Emotient)를 인수했으며, 8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머신러닝 벤처기업 투리(Turi)를 2억 달러(약 2,200억 원)에 구매했다. 이어 9월에는 인도의 빅데이터 수집 및 머신러닝 기반 분석 스타트업 투플점프(Tuplejump)를 인수하는 등 애플은 집중적으로 AI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

이러한 행보는 ‘시리’를 경쟁사 유사 서비스보다 한 단계 더 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플은 최근 iOS10 발표와 함께 시리를 업그레이드해 공개했다.

이 밖에 애플은 AI 연구를 위해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대학의 머신러닝 학자인 루슬란 살라쿠트디노프(Ruslan Salakhutdinov) 교수를 영입하고, 일본 요코하마에는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AI를 통해 ‘아이폰’과 관련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편, 애플은 속칭 ‘아이카(iCar)’로 기대되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완성차 대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우선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02 구글 | M&A 통해 성장…다양한 분야에 관심

구글은 그동안 검색과 검색기반의 광고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공격적인 M&A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의 지난 M&A를 살펴보면 기본 사업인 검색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 투자해왔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크게 구분해보면 ▲검색 ▲광고 ▲모바일 ▲SNS 및 게임 ▲클라우드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부분 현재의 구글을 만든 분야들이다.

초기에는 검색과 광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M&A를 진행했고,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후에는 모바일 관련 생태계를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구글은 모바일을 아우르는 인터넷 서비스 부문 역시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YouTube)나 피카사(Picasa, ‘구글 포토’로 통합), 디지털 위성지도 업체 키홀(Keyhole, ‘구글 어스’ 및 ‘구글 지도’의 기반) 등은 인수된 후 구글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발전했다.

클라우드 부문은 최근 들어 투자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구글은 2014년 클라우드 모니터링 서비스 기업 스택드라이버(Stackdriver)를 인수하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서비스를 강화했다.

여기에 지난 8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의 관리 및 과금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비테라(Orbitera)를 인수한데 이어, 9월에는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관리 및 개발 관련 업체인 애피지(Apigee Systems)를 사들이며 클라우드 기반 PaaS(서비스형 플랫폼) 및 SaaS(서비스형 SW) 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좌)와 이세돌 9단(우)이 대국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 밖에도 구글은 최근 드론, 음악 및 동영상 스트리밍, 무인자동차, IoT, AI, AR/VR(가상현실),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및 M&A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구글이 2014년 4억 달러(약 4,500억 원)에 인수한 영국 AI 스타트업 딥마인드(DeepMind)는 2년 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을 통해 ‘알파고(AlphaGo)’의 흥행을 크게 성공시키며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후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활용 범위를 헬스케어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으며, 인공신경망 및 머신러닝 연구를 기반으로 더욱 자연스러운 인간 음성의 구현이 가능한 ‘웨이브넷(WaveNet)’을 개발하는 등 차세대 AI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03 마이크로소프트 | 자체 역량 강화 주력…클라우드, AI 강화

전통적으로 MS는 대형 M&A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주목받은 기업은 아니었다. 97년 말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투자한 핫메일(Hotmail) 인수 이후 한동안 대형 M&A는 없었으며, 부분적인 기술 보강을 위한 인수만이 이어졌다.

2011년에서야 MS는 스카이프(Skype)를 85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하며 대형 M&A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당시 대세로 불리던 VoIP를 끌어안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스카이프의 성장세가 가라앉으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12년 인수한 비즈니스용 SNS 야머(Yammer)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3년에는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을 72억 달러(약 8조 5천억 원)에 사들였지만, 생태계 확장에 실패하면서 결국 MS의 실패사로 남게 됐다.

2014년 2월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가 취임하면서, MS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와 ‘오피스365(Office365)’에 집중하는 한편 오픈소스와 크로스플랫폼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MS는 크로스플랫폼 모바일 앱 개발 플랫폼 자마린(Xamarin)을 인수해 자사 개발 플랫폼인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에 탑재했다. 이 밖에 AI 키보드 앱 스위프트키(Swiftkey), 독일 일정관리 앱 업체 분더리스트(Wunderlist), 이메일 앱 업체 어컴플리(Acompli)를 인수하는 등 ‘오피스’ 관련 기술 및 플랫폼의 보강과 지원에도 주력했다.

▲ MS와 링크드인의 시너지 예상

특히 올해 6월 262억 달러(약 30조 원)를 들여 인수한 링크드인(LinkedIn)은 MS 역대 최대 금액의 거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MS는 링크드인과 자사 기업용 제품 간의 시너지를 통해 전문가들에게 더욱 맞춤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MS ‘오피스’에서 작성 중인 문서의 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해 링크드인에 가입된 회원의 정보를 분석해 추천하고, 자동으로 구인광고를 올려주는 등 지능화된 기능을 삽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MS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인 ‘다이나믹스 CRM(Dynamics CRM)’과 링크드인의 고객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잠재적 소비자를 찾는 등의 활용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링크드인의 빅데이터는 MS의 AI 비서 ‘코타나(Cortana)’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걸로도 기대된다. 예를 들어 코타나에게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알맞은 사람을 찾아줘’라고 요청하거나,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특정 정보를 요청하면 링크드인 내의 정보를 분석해 즉시 알려주는 식이다. MS를 비롯해 업계 일각에서도 이번 링크드인 인수의 잠재적인 가치가 클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04 오라클 | 성공적 M&A 경험 갖춰…클라우드 전환 집중

현재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DB) 제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 환경에 맞춰 폭넓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aS, PaaS 및 IaaS(서비스형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라클은 지난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오라클은 썬을 통해 자바(Java)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것은 물론 ‘스팍(SPARC)’ 프로세서, 서버, 스토리지를 아우르는 하드웨어 부문으로까지 사업의 범위를 넓혔다. 이로써 오라클은 썬의 하드웨어 기술과 자사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엔지니어드(Engineered)’ 시스템을 출시하고,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가진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12c’ 등을 저렴하고 최적화된 시스템에서 운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오라클은 SW 부문에서도 HCM(인적자원관리) 솔루션 기업 피플소프트(PeopleSoft)를 2005년 103억 달러(약 11조 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9월에 사들인 CRM 솔루션 기업 시벨(Siebel)과 2007년 3월 인수한 EPM(기업성과관리) 솔루션 기업 하이페리온(Hyperion) 등도 모두 성공적인 M&A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최근 오라클의 M&A는 클라우드 부문이 두드러진다. 2014년 클라우드 기반의 인사 및 고객 관리 SW 기업 TOA테크놀로지스(TOA Technologies)를 인수함으로써, 세일즈포스(Salesforce) 및 SAP 등과 경쟁하는 CRM 부문의 클라우드 역량을 강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스택엔진(StackEngine)을 인수하면서, 도커(Docker)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클라우드 기반 SW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오라클은 클라우드로의 애플리케이션 전환 기술을 보유한 라벨로시스템즈(Ravello Systems)를 인수했으며, 건설 관련 통합 관리SW 개발 기업 텍스투라(Textura)를 비롯해 클라우드 기반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업체 오파워(Opower) 등을 사들였다.

무엇보다 오라클은 지난 7월 SaaS ERP(전사적자원관리) 기업 넷스위트(NetSuite)를 93억 달러(약 10조 5천억 원)에 인수함으로써 유통, 커머스, 제조 등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기반 ERP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걸로 전망된다.

▲ 넷스위트 ERP 화면



05 인텔 | ‘성장의 선순환’ 강조…“핵심 자산을 수익성 있는 곳으로 확장”

인텔은 그동안 주로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PC산업의 쇠퇴와 함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현재는 ‘클라우드 및 수십억 개의 연결된(connected) 기기의 컴퓨팅 성능을 책임진다’는 새로운 전략을 기반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해나가고 있다.

인텔은 ‘성장의 선순환’이라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IoT ▲메모리 및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 솔루션 ▲연결성(connectivity) ▲‘무어의 법칙(Moore’s Law)’ 등 5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인텔은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제품은 물론 사업영역의 확장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 확보에 M&A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합병을 완료한 알테라(Altera)의 경우 ‘성장의 선순환’ 전략 중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알테라는 사용자가 용도에 맞춰 프로그램의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FPGA는 클록(clock) 속도 향상에 한계를 가지는 기존 프로세서에 비해 특정 용도에서 효율성이 높고 병목 현상이 적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알고리즘 가속기로 기능하면서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영역에서 FPGA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텔은 이처럼 특정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FPGA가 자사 ‘제온(Xeon)’ 및 ‘제온 파이(Xeon Phi)’ 프로세서 기반 AI 플랫폼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텔은 알테라의 FPGA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영역에서의 역량 강화를 노리고 있다.

또한, 인텔은 지난 9월 컴퓨터 비전(Vision) 분야의 저전력·고성능 시스템온칩(SoC)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비디우스(Movidius)도 인수했다. 인텔은 자사 3D 심도 감지 기술인 ‘리얼센스(RealSense)’ 기반의 카메라와 모비디우스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로써 기기가 세상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의 혁신적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컴퓨터 비전이란, ‘기계가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처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카메라가 기기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중앙처리장치는 ‘뇌’, 비전 프로세서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과 같은 기능을 한다. 이를 모두 통합하면 내비게이션, 맵핑, 충돌 방지, 트래킹, 사물 인식, 조사 분석 등 최근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능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인텔은 AR/VR/MR(융합현실), 드론, 로보틱스(robotics), 디지털 보안 카메라 등의 분야에 모비디우스의 SoC 기술을 적용하면, ‘리얼센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유한 다양한 IP(지적재산권) 및 제품 로드맵까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CEO는 지난 6월 알테라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텔의 성장 전략은 핵심 자산을 수익성이 있는 곳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 고객들은 더욱 향상된 반도체의 비용 대비 성능을 통해 네트워크,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 분야 등에서 새로운 성장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바로 무어의 법칙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이며, 인텔은 알테라의 기술력을 활용해 반도체의 집적도 및 비용효율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고객들의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인텔은 컴퓨터 비전을 미래 스마트 연결 기기의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06 시스코 | 공격적 M&A 역사 보유…IoT, 클라우드 강화

시스코는 ‘개발(Build), 인수(Buy), 파트너(Partner), 통합(Integrate)’이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꾸준히 M&A를 수행하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공격적인 M&A 전략이 필요했던 시스코는 93년 크레센도커뮤니케이션즈(Crescendo Communiciations)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80개 이상 기업과의 통합을 진행해왔다.

최근 주목할 만한 건으로는 지난해 10월 발표됐던 IoT 분석 툴 업체 파스트림(ParStream) 인수가 있다. 시스코는 인수를 통해 자사 데이터 분석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네트워크 단에서 이뤄지는 분석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파스트림 솔루션은 사물로부터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필터링할 수 있다.

▲ 시스코 및 재스퍼 플랫폼과 연결된 자동차 업계 기업들

또한 올해 초에는 IoT 분야 SaaS 기업 재스퍼테크놀로지스(Jasper Technologies)를 14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에 인수했다. 재스퍼의 솔루션은 IoT의 운영과 보안,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에서 편리함을 제공한다. 특히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플랫폼과 관련해 다양한 자동차 업체와 연결돼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 밖에 6월에는 클라우드록(CloudLock)을 2억 9,300만 달러(약 3,300억 원)에 인수하며 클라우드 보안 역량도 강화했다.


07 델테크놀로지스 – “연매출 740억 달러의 세계 최대 비상장 IT기업 탄생”

델과 EMC가 통합한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는 연간 통합 매출이 740억 달러(약 8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최대의 비상장 IT기업으로 거듭났다.

델테크놀로지스는 ▲PC, 태블릿, 주변기기 등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솔루션 그룹 ‘델(Dell)’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모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프라 솔루션 그룹 ‘델EMC(Dell EMC)’ ▲고객과 파트너사를 지원하는 ‘델EMC 서비스(Dell EMC Service)’ 등 크게 세 그룹으로 구성된다.

▲ 델 테크놀로지스 그룹 구성도

이 밖에 기존에 EMC가 인수했던 기업들 중 보안사업부문의 RSA와 클라우드 전문 기업 버투스트림(Virtustream)은 델EMC 산하에 포함된다. 역시 EMC가 인수했었던 가상화 및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 VM웨어(VMware)와 빅데이터 및 PaaS 전문 기업 피보탈(Pivotal), 보안 솔루션 업체 시큐어웍스(SecureWorks), SaaS 통합 전문 기업 부미(Boomi)는 델테크놀로지스의 전략 비즈니스 계열사(SAB, Strategically Aligned Business)로 운영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델테크놀로지스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컨버지드 인프라(Converged Infrastructure), PaaS, 데이터 분석, 모빌리티,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솔루션을 통합해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델EMC는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델EMC 월드 2016’ 행사를 통해 기존 양사 제품을 보완 및 통합한 솔루션들을 대거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너지 발휘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합병 이후 열린 국내 첫 행사였던 ‘델EMC 포럼 2016’에서 프랭크 하우크(Frank Hauck) 델EMC 본사 고객·시장전략 총괄 사장은 “양사 통합 팀이 지난 10개월 간 세운 계획에 따라, 12주 전부터 통합을 실행해왔다. 우선 연구개발(R&D) 조직이 가장 먼저 통합되며, 4주 전부터는 소프트웨어 툴과 지원 조직 등의 통합이 시작됐다”면서, “다음 회계연도 시작인 내년 2월 1일 이전까지 영업조직 통합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합병 진행 상황 및 계획에 대해 밝혔다.

▲ 델EMC는 통합 후 신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VMAX 250F’



08 IBM | 클라우드 관련 기업 집중 인수…부활 ‘기지개’

IBM은 올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등 과거에 비해서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보안SW, 데이터 분석, 모바일, AI 플랫폼 등의 핵심 추진 사업의 매출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 총 사업 중 38%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3분기에도 핵심 전략 사업은 전년대비 16% 성장하며 8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M&A 역시 이러한 전략 분야에 집중된다. IBM은 지난 2013년 20억 달러(약 2조 2천억 원)에 인수한 퍼블릭 IaaS 업체 소프트레이어(SoftLayer)를 기반으로 퍼블릭 클라우드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 IBM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8개의 클라우드 관련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했다. 오픈스택 기반 프라이빗 클라우드 공급 업체 블루박스(Blue Box Group)를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의 NoSQL DB 제공 업체 컴포즈(Compose), 오픈소스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노드JS(Node.js) 전문 스타트업 스트롱루프(StrongLoop) 등을 사들였다.

또한 오브젝트 스토리지 업체 클레버세이프(Cleversafe), 클라우드 기반 브로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그래비탄트(Gravitant), 클라우드 기반 비디오 서비스 업체 클리어리프(ClearLeap)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통합했다.

2016년에는 더욱 범위를 넓혔다. 라이브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유스트림(Ustream)을 1억 3천만 달러(약 1,500억 원)에 인수했으며, 클라우드 기반 헬스케어 데이터 관리 및 분석 업체 트루벤헬스애널리틱스(Truven Health Analytics)는 26억 달러(약 3조 2천억 원)에 사들였다.

이 밖에 IBM은 모바일 및 클라우드 기반 날씨 데이터 플랫폼 기업 웨더컴퍼니(The Weather Company)의 B2B 부문과 클라우드 컨설팅 및 구축 서비스 업체 블루울프(Bluewolf Group LLC)를 인수하는 등 전략적 투자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국내 IT기업도 M&A 활성화로 성장 구가해야

국내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가 상당히 의미 있는 M&A를 진행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 IoT 플랫폼 스타트업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하고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며, 모바일 프린트 및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 프린터온(PinterOn)과 가상화 서버용 SSD 캐싱(Caching) SW 기술 업체 프록시멀데이터(Proximal Data) 등도 사들였다. 특히 2015년에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하며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을 확보, 6개월 후 ‘삼성페이(Samsung Pay)’를 선보여 성공시켰다.

▲ ‘삼성페이’는 삼성전자 M&A의 최근 성공사례로 꼽힌다.

또한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조이언트(Joyent)를 인수하며 자사 서비스의 클라우드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고, 특히 9월에는 애플 ‘시리’ 개발자들이 만든 스타트업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IT업계 대다수 대기업 및 증견·중소기업들이 적극적 M&A와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대체로 기업 인수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정보가 부족하며, M&A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부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설령 인수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통합 후 경영 및 관리 미숙으로 실패하거나, 핵심 기술자들이 이탈하는 등의 문제도 자주 겪고 있다.

경영자들의 경우에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고 기업 규모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국내 경영인들의 소유욕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업 M&A에 대해 경영자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 기업 M&A를 크게 늘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기업 간 M&A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IT기업에게 중국과의 M&A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중국 진출이라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기술 유출로 인해 미래에 위험요소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중국의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특히 국내 SW업계의 경우, 공공정보화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규제로 인해 기업 간 M&A를 통한 국내 중견기업들의 성장 의지가 낮으며, 영세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점점 악화돼 중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잠식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IT기업들의 M&A 사례를 타산지석삼아 중견·중소기업 전반으로까지 국내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결국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인들의 인식 전환을 비롯해 정부 주도의 규제 및 인식 개선에 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국내 M&A 활성화, 인식 개선과 제도적 지원 뒷받침돼야”

▲ 유형종 비아마세 비즈니스클럽 대표
유형종 비아마세 비즈니스클럽 대표


비아마세 비즈니스클럽에 대해 소개해 달라.

비아마세 클럽은 각종 비즈니스 거래를 1:1 카카오톡을 통해 중개하는 부티크(boutique)로, 현재 약 1,000여명의 회원과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국내 대부분의 비즈니스 정보가 모인다고 자부한다.

호텔이나 빌딩 등의 고급 부동산 매물을 비롯해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M&A 등 10여개 전문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M&A 부문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증시 상장사 6개 업체로부터의 매각 의뢰 및 거래를 추진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로펌, 경영컨설팅사, M&A 부티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전문성을 제공한다. 홍콩과 중국 등 해외 M&A 업계 주요 인사와도 연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증권금융 MBA를 취득한 뒤 대우증권에 20년 근무했다. 원래는 국내 M&A 관련 협회에서 사무총장 등으로도 활동했지만, 국내 여건상 아직까지는 기업 오너들이 우량 기업을 공개적으로 매물로 내놓는 것을 기피하고, 비밀 유지를 제1원칙으로 요구하며 거래를 원하기 때문에 협회 등 공개 조직을 통한 M&A 진행보다는 1:1로 비밀리에 성사되는 거래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비아마세 비즈니스클럽을 착안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M&A 시장 분위기는 어떠한지.

국내는 미국 등과 비교해 M&A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SK그룹, 최근에는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M&A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과는 규모와 빈도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M&A를 꺼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M&A를 바라보는 인식이 좋지 않다. 특히 중견·중소 규모 업체들이 갖고 있는 M&A에 대한 인식은 미국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미국의 경우, M&A가 사업의 확대 및 긍정적 시너지 제공 측면에서 환영받는 분위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과 일부 기업가들만 관심을 가질 뿐 중견·중소기업들은 “우리와는 관계없다”면서 꺼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M&A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국내는 “저 회사는 버티다 못해 결국 파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공개적으로 M&A를 진행하는 순간, 고용 유지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직원들부터 흔들리면서 회사가 더 나빠진다. 때문에 오너나 CEO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M&A 시장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업자들이 개입돼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인식을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사채업자 등이 회사에 대출을 진행했다가 회사가 대출금을 못 갚을 경우, 오너를 축출하고 회사를 인수한 뒤 피인수된 회사를 이용해 자금을 빼내고는 빈껍데기만 M&A 시장에 내놓는 경우 등이 있었다.


IT업계의 M&A는 어떠한지.

M&A 시장에 매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 중 하나가 IT업계다. 기술에 대한 미래 가치를 인정받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IT업계가 반성해야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IT기업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강조하면서 매도를 원하는 기업이 있었다. M&A를 진행하기 위해 매물을 소개하려면 재무 관련 정보가 필요한데, 회사 매출과 자산정보, 신용등급 등을 제공해 달라고 하면 얼버무렸다. 알고 보니 회사를 설립한 지 10년이 됐는데, 기술개발에 투자하느라 매출이 거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경우 투자자들에게 매물 정보를 전달해줄 수가 없다.

특히 기업 가치에 대한 매도자와 매수자의 시각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매도자는 “나의 피와 땀이 서린 기업의 가치가 이것밖에 안되느냐?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보유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매수자는 “기술이 좋으면 뭐하느냐, 매출이 겨우 이것밖에 안 나오는데…이 정도 매출에는 이 정도 액수가 적당하다”라며 서로 의견이 갈리는 식이다.

중개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안타깝다. IT업계에서 M&A를 원하는 기업가들은 기술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으려 하고, 인수를 원하는 측에서는 해당 기술력이 매출이라는 수치로 나타난 것을 보고 가격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니 상호간 간극이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 가격에 대한 상호 조율과 절충이 만만치 않다.


국내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M&A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긍정으로 바꿀 때 M&A 거래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팔았을 때 ‘사업이 어려워졌나? 왜 팔았느냐?’가 아니라 ‘좋을 때 잘 팔았다’라고 이야기하도록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인식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청 등 정부에서 나서서 교육 및 홍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60% 정도 된다고 본다. 나머지 40%가 IPO(기업공개)다. 즉, 우리나라는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해 창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청년들이 공무원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창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될 거고, 투자자도 부동산만이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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