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 CEO 포럼에서 ‘창조경영 이야기’ 주제 강연

"인력이나 돈만으로는 회사나 국가 등의 조직 발전에 한계가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상상력'을 깨워 창조 경영을 하는 것이 지속적인 성공의 열쇠다"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 7월 4일 열린 제 22회 영림원 CEO 포럼에서 '창조경영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창조경영의 원천 '상상력'을 깨워라

언젠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색적인 실험을 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최고의 악기를 가지고 길거리 연주회를 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길거리 악사처럼 위장해 연주를 했다는 점이다. 이 이벤트는 영국, 한국 등 전 세계 3곳에서 벌어졌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3곳 모두 공통적으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세계적인 연주자가 70억의 초고가의 악기로 연주를 했지만 대중의 발길을 전혀 사로잡지 못한 이 실험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현대인은 매우 바쁘게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좋은 연주와 악기만으로는 결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나 국가 등의 조직이 발전하려면 기본적인 바탕에다 뭔가의 플러스알파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플러스알파는 전략, 콘셉트, 가치이다.

그렇다면 전략, 콘셉트, 가치를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그 답은 '상상력'이다. 돈이나 우수 인력만으로 그 힘을 만들 수 없다. 한 예를 들어보자. 국내 일간지 시장의 빅3인 조선, 중앙, 동아의 차이를 아는가? 국내 4대 시중은행인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모른다. 왜 그럴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최근에 거의 모든 기업들은 차별화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고객들에게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하고 놀라운 일이다.

물론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작은 차이를 넘어 'Great Difference'를 보여주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Great Difference를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상상력이며, 이 상상력을 통해 창조경영을 할 수 있다. 요즘 CEO들의 최대 화두인 창조경영은 한마디로 Great Difference를 만드는 경영인 셈이다.

창조경영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 일본 북해도에 위치한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동물원은 관람객 수에서 현재 일본 제1의 동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6년 총 26만 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은 10년이 지난 2006년에 270만 명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인구가 불과 50만밖에 안 되는 중소도시의 동물원에서 이러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창조경영 덕분이다. 이 동물원의 창조경영은 지난 1996년 고스게 마사오(小菅正夫)라는 사람이 신임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이 원장은 동물원의 새로운 콘셉트로 '능력전시'를 도입했다. '능력전시'라는 것은 단순히 동물을 모아 놓은 기존 동물원과는 달리 동물들의 행동과 능력을 보여준다는 개념이다. 마치 남극바다에 온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펭귄들의 행진하는 모습이나 10㎝ 눈앞에서 움직이는 바다표범 등이 그 예다.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다른 동물원에서는 볼 수 없는 역동적이며 생생한 장면들을 보여준 것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이처럼 창조경영을 펼칠 수 있는 힘은 '가치 신념', '가치 콘셉트'이었다.

고스게 마사오 원장은 "동물은 인간에게는 없는 능력이 많다"는 남다른 가치 신념을 갖고 출발해 능력전시라는 새로운 가치 콘셉트를 보여줬다. 그리고 가치 신념과 가치 콘셉트를 바탕으로 이룩한 경영의 성공은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길 수 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어 전 일본으로 퍼져나갔다. 이 동물원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 일본을 강타한 것이다. '이야기'가 이 동물원이 일본 제1의 동물원으로 등극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자면 '이야기'이다.

감성 시장의 새 보직 '최고 상상 책임자(CIO)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롤프 엔센(Rolf Jensen)은 "정보화 사회 이후의 사회는 바로 드림 소사이어티"이며,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감성, 그리고 이야기의 힘이 주도하는 사회"라고 정의한 바 있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시장은 '감성의 시장'이다. 기술은 5~10% 밖에 차이가 없는 현실에서 감성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 시장은 6대 시장으로 이뤄져 있다. ▲모험판매 ▲연대감, 친밀감, 우정, 사랑 ▲관심 ▲나는 누구인가 ▲마음의 평안 ▲신념의 시장이 그것이다. 모험판매 시장에서는 성능이나 기능이 아닌 말 그대로 모험을 판다. 서울 신촌에 있는 귀신 이벤트 카페인 '귀곡산장'에서는 추억, 공포, 해열제 등을 팔고 있다. 포토 카페인 '피렌체'는 관심 시장의 적절한 예다. 여기에 가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쇄해 볼 수 있는데 디지털 카메라에 취미가 있는 사람끼리 어울리기 좋은 공간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시장은 '자기 정체성'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어느 라면 전문점에 가면 여느 라면 점에서는 볼 수 없는 주문 용지가 있다. 무슨 양념은 넣고, 뺄 것인지, 살짝 익힐 것인지 아니면 푹 삶을 것인지 등 여러 항목이 쭉 나열되어 있다. 손님이 각 항목을 체크해 주문을 할 수 있는데 그 경우의 수는 무려 11,250가지이다. 이 라면 전문점에서 11,250가지의 라면을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주문 후 10분 안에 나온다는 점이 놀랍다.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시장의 예로는 태국에 있는 실연당한 남녀들을 위한 식당을 들 수 있다. 이 식당에서는 자기를 버린 연인에게 맘껏 복수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처럼 감성과 이야기가 주도하는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필요한 새로운 보직이 있다. 최고 상상 책임자(Chief Imagination Officer) 또는 이야기 책임자이다.

'생각의 높이'를 높여라

자 그렇다면 창조경영의 원천인 상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베레스트 산 이야기는 그 좋은 본보기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한 인물은 1953년 영국의 힐러리다. 우리나라의 고상돈은 1977년 세계에서 58번째로 에베레스트 산의 등정에 성공했다. 당시 에베레스트 산의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1년에 고작 2~3명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상을 밟은 사람은 크게 늘어났다. 2004년 340명, 2006년 480명, 그리고 2007년에는 6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베이스캠프를 높였기 때문이다. 1년에 불과 2~3명이 등정에 성공할 수 있었던 1970년대에는 베이스캠프의 높이가 3천 미터였는데 이를 6천 미터에 가깝게 끌어올리자 성공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당시 베이스캠프를 이처럼 2배 이상 높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상상력을 십분 발휘해 이를 현실화했다. 여기서 시사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운명을 바꾸려면 베이스캠프, 곧 '생각의 높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최고 상상 책임자를 보유한 도시를 들라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이 나라의 인구는 150만 명인데 그중 120만 명은 자국민이 아닌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다. 순수 자국민은 불과 30만 명인 셈이다. 그 중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3만 명뿐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다. 두바이를 세계적인 교역의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인공섬 개발 프로젝트', 세계 첫 칠성급(7STAR) 호텔인 '버즈 알 아랍', 21세기 바벨탑으로 일컬어지는 '버즈 두바이(805미터)', 해저 호텔인 '하이드로 폴리스', 그리고 테마파크 '두바이랜드' 등이 그것이다.

두바이는 제주도의 2.1배의 크기로 90%가 사막이다. 이런 도시에서 6STAR호텔도 아닌 7STAR 호텔을 짓자는 생각을 하고 이를 바로 현실화했다. 하이드로 폴리스도 마찬가지다. 2008년에 개장하는 이 호텔은 220개의 객실을 갖추고, 약 3천명이 생활할 것이라고 한다. 두바이랜드는 미국 디즈니랜드의 8배 크기다. 이 테마파크는 공룡 파크인 '다이노소어' 파크를 비롯해 고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의 공중정원, 알렉산드리아의 등대 등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일을 상상해 내고 바로 현실화하는 두바이의 3만 명의 고등교육 인력은 '아이템 찾기의 귀신'이라고 지칭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인력은 3천만 명쯤이다. 두바이의 이야기는 상상력의 경기는 머릿수와 상관이 없으며 상상력이 탁월한 1명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Only 1, World's First'를 생각해야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간 발전 모델로 'Catch Up' 모델을 취했다. 특이한 것을 하기 보다는 이미 누가 완성한 것을 Copy해 따라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유의 상상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3가지의 시대정신 곧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그 누구보다 앞서 실현했다. 인류 역사상 거의 유일한 예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Catch Up 모델을 고수하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이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 모두의 사명은 상상력을 깨워 위대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상상력의 족보는 3개의 레벨로 이뤄져 있다. 레벨 1은 문제를 찾는 능력, 레벨 2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레벨 3은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능력이다. 이 가운데 레벨 3의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Only 1, World's First'다. 포장마차를 하더라도 이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더 좋은 것을 찾으려는 것은 가장 큰 감옥이다. 낮은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더 좋은 것 보다는 맨 처음 것이 낫다.

조선, 중앙, 동아 등 국내의 유명 일간지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처럼 세계적인 신문사가 될 수 있을까? 그 확률은 0%이다. 무엇보다 언어 때문이다. 한국 외 고객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뉴스 산업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고객들은 뉴스가 아닌 콘텐츠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사도 이제는 뉴스페이퍼가 아닌 콘텐츠페이퍼로 전환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더 좋은 뉴스만 만들려고 하지 않은가. 그 뉴스도 아무런 감동이나 재미도 없는 단순한 정보 제공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남자들만의 백조의 호수라는 발레 공연은 'Only 1, World's First'를 시도한 단적인 사례로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150년간 여자 무용수의 몫이었던 백조의 호수의 무용수가 남자였다는 참신한 아이디어 때문이었다.하지만 전략이나 콘셉트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이를 시장에서 받아줄 수 있을 지라는 의문을 버리고 과감히 시도할 수 있는 '신념'은 성공에 이르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Only 1, World's First'를 시도한 사례는 남자들만의 백조의 호수 외에 서울 혜화동의 한옥 동사무소, 교훈으로 삼을만한 메시지가 담긴 종이컵을 만든 회사, 헝가리의 임플란트 도시인 소프론 등 무수히 많다. 서울 혜화동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옥으로 동사무소를 지어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좋은 사례를 남겼다. 또 종이컵은 기존 종이컵과 똑같은 가격에 그림과 경구를 넣어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앞으로 이 종이컵이 시장을 평정할 것으로 믿는다. 헝가리의 소프론은 인구 5만5천명 가운데 무려 4천명이 치과의사이다. 임플란트의 치료비용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절반 정도가 싸다. 이 때문에 임플란트 치료는 물론 남은 비용으로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Only 1, World's First'는 남다른 콘셉트를 만드는 것이다. 나의 가치 콘셉트, 그리고 우리 부서, 우리 회사의 가치 콘셉트는 무엇일까? 운명을 바꾸는 출발점은 전복(顚覆)이다. 임무, 조직운영방식, 훈련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과감히 바꿔보자.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항목은 고객과 고객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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