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 316억원의 60% 수준인 181억원 제안, 기술점수 격차 뒤집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 국민건강보험공단 통신회선사업자 평가 결과

[아이티데일리] SK브로드밴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통신회선 사업자 재선정’ 사업과 관련, 예가의 60% 정도인 181억 원의 저가 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덤핑’ 수주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일 진행된 ‘통신회선 사업자 재선정’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통신회선사업자 계약기간이 오는 9월 말 종료됨에 따라 재선정 사업을 추진, 지난 5월 15일 관련 기업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사업 입찰에는 기존 사업자인 KT를 비롯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개 기업이 참여했다. 3개 기업의 기술심사 결과, 각각 순서대로 82.4143점, 80.8714점, 80.1000점 등을 받았다.

그러나 우선 협상 1순위는 기술점수가 가장 높은 KT가 아닌 이보다 1.5점이나 낮은 2위인 SK브로드밴드가 선정됐다. 가격점수가 반영된 총 점수에서 SK브로드밴드가 KT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60% 수준에 이르는 SK브로드밴드의 이 같은 가격제안은 약탈적 덤핑임에 분명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관련 산업은 물론 하도급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길 수밖에 없고, 발주 공단인 국민건강보험도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통신회선 사업자는 현재 사용 중인 1,292회선에 대한 통신회선 사업 및 시스템 개편, 관리·운영 등을 맡게 되고, 계약기간은 60개월이다.
 

법령해석 따라 적용 기준 달라 혼선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번 사업자 선정을 기술능력평가점수(90점)와 입찰가격평가점수(10점)를 합산한 고득점 순위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단 측의 이 같은 선정 기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가장 낮은 가격으로 제안한 기업만이 선정되는 꼴이 됐다.

관련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IT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 C&C 등 대기업 SI사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앞세워 ‘일단 먹고 보자’는 식의 덤핑 수주로 인해 그 피해를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소SW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왔던 전적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이처럼 가격 경쟁으로 치닫기 시작하면 아무리 기술 대 가격평가 비율이 9 대 1이어도 소용이 없다”며, “이러한 가격경쟁은 결국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산업 기술 발전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관계자는 또 이번 공고에 왜 입찰 하한가 적용이 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재부 예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에 따르면 SW사업의 경우 가격평가 시 해당 입찰가격이 추정가격의 100분의 80미만일 경우에는 배점한도의 30%에 해당하는 평점을 부여하도록 돼 있다.

계약예규 4장 49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사업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2조 3호에 의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제작·생산·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 ‘국가정보화기본법’ 3조 2호에 의한 정보화에 관한 사업 및 ‘전자정부법’ 2조 13호에 의한 정보시스템에 관한 사업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말한다.

‘국가정보화기본법’ 3조 2호는 ‘정보화’란 정보를 생산·유통 또는 활용해 사회 각 분야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거나 그러한 활동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돼있으며 따라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선사업 역시 대형 SW사업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공단 측은 이에 대해 “내부 검토 결과 SW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며, “입찰공고문 역시 ‘일반용역’ 기준에 맞춰 공고됐다”고 답변했다. 일반 용역의 경우 가격평가 시 추정가격의 60%미만 입찰은 평가 산식에서 배제하고 해당입찰자는 가격점수를 배점한도의 30%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예규는 규정하고 있다.
 

기술평가 무용지물…평가체계 근본적 개선 필요

그러나 관련 업계는 “그 같은 해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의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공공기관인 만큼 보다 나은 서비스는 물론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측면도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안서 평가결과의 공시기준 역시 도마에 올랐다.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9조에 따르면 “계약담당공무원은 제8조에 의해 협상적격자와 협상순위가 결정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협상적격자에게 협상순위, 협상적격자 전원의 기술능력과 입찰가격 평가점수와 합산점수 및 협상일정을 통보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종합평가결과서에 기술능력 평가점수와 가격점수가 반영된 협상순위만 언급하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공시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단의 모든 입찰 선정 결과와 마찬가지로 가격 평가점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기관 간의 이 같은 법 해석 차이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 체계의 근본적 개선이다. 당초 8 대 2에 불과했던 기술평가비율을 SW산업육성을 위해 9 대 1까지 높였는데, 가격경쟁만으로 사업자가 결정된다면 국가 산업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발주기관의 대형사업이 저가경쟁으로 치닫는 현재의 구조는 이미 수없이 반복돼왔다. 많은 관계법령이 개선됐음에도 기관별, 산업별, 기업규모별 입장차이로 인해 비슷한 문제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발주기관의 책임감 있는 기업 견제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저가경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좋은 기술을 제값에 도입해 성공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주기관들이 지나친 가격 덤핑을 견제해야만 산업 말단의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자리 잡을 뿐 아니라 발주기관의 사업이 문제없이 원활하게 완수될 수 있고, 대국민 서비스 개선은 물론 국가 산업, 나아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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