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진입환경 개선, 데이터 활용 증대, 투자시장 선진화 등 다방면 노력 필요

[아이티데일리] 국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스타트업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Startup KOREA!)’ 보고서가 발표됐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캠퍼스 서울이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 발표회를 가졌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캠퍼스 서울이 주관하고 한국벤처창업학회, 한국창업학회,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주최한 이번 정책 제안 발표회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등 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산업계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이날 환영사를 맡은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 덕분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과거의 기업들이 유지해온 사업모델과 성장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기업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도를 돕고, 실패에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최소한의 삶의 안전망을 제시하는 등, 새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근본적인 경제정책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이날 발표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는 한국 스타트업의 현황과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도태되는 원인을 다방면에서 조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을 국내에 적용할 경우, 약 70%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규제에 막혀 정상적인 사업을 펼칠 수 없거나 조건부로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도 국내에서는 규제에 막혀 사업 모델을 유지할 수 없었다.

특히 ▲열거주의 방식의 기존 산업 분류 체계가 새로운 사업 모델에 맞지 않음 ▲스타트업이 충족할 수 없거나 오프라인 거래 위주로 제정된 사업 요건 ▲관련법 개정에 평균 500일이 소요돼 시장 요구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주요 이슈로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 실패로 인한 소비자들과 기존 사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혁신적인 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규제 체제에 대한 단계적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필요 이상의 규제가 스타트업의 사업 활동을 막고 있다.

또한 ICT 시대의 핵심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요구도 제기됐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다량의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이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어져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식별 정보와 비식별 정보에 무관하게 모든 정보를 규제하는 체계 역시 문제시됐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식별 정보에 대해서는 엄격한 보호를 적용하지만, 비식별 정보의 공유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비식별 정보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제도화돼있지 않아 사용처가 한정적이고 스타트업의 접근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 성장에 한 축을 담당하는 투자자 환경 개선에 대한 방향성도 언급됐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한국의 GDP대비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금액 규모가 글로벌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이 중 정책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40% 이상으로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회수의 경우에도 M&A가 어려운 국내 실정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회수 비중을 살펴보면 기업공개(IPO)가 27%, M&A가 3%였으며, 장외 매각 및 상환 등의 방식이 70%에 달했다. 이것이 투자자금 회수 후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로막고 있으며, 국내외 민간 투자자가 출자를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벤처투자 회수 유형별 비중

끝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창업이 부족한 국내 창업 문화에 대한 제언이 나왔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창업의 63%가 생계형 창업이었으며, 지난해 ICT 창업 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석·박사 등 기술 고등인력의 창업은 13.6%에 불과했다.

국내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초·중·고등학생들의 희망진로에서 창업과 관계된 직업은 없으며, 이는 진로를 결정하는 성장기에 창업이라는 선택을 할 만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영국이 민간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5파운드 챌린지’ 등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조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업실패 시 재기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회 안전망의 부족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1%가 ‘한국은 창업 후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사회’라고 답했다. 많은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평균 2~3회의 실패 이후 성공을 경험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재도전이 불가능한 사회 구조와 인식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위한 선순환 구조가 요구된다.

이날 연구보고서의 발표자로 나선 김수호 맥킨지코리아 파트너는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며, ▲신규 사업모델의 시장 진입환경 개선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확대 ▲벤처투자 시장 선진화 ▲우수 인력의 창업도전 문화 형성 등의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은 “아산나눔재단과 캠퍼스 서울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가 향후 스타트업 정책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내 놓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들에 관심을 가지는 스타트업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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