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W산업협회는 ‘등급제’를 ‘평균임금제’로 이름만 바꿔, 혼란만 더 가중

[아이티데일리] 지난 2012년 11월 소프트웨어(SW) 기술자 등급제가 폐지됐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이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 인건비를 산정하고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등급제 폐지에 따라 SW기술인력들의 임금기준을 마련할 책임이 있는 한국SW산업협회는 과거의 등급제와 다를 게 없는 평균임금 제도를 매년 공시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SW기술자 등급제는 근무 경력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이기에 ▲개발자의 능력을 명확히 나타낼 수 없고 ▲입증 절차가 까다로워 경력이 삭감되는 일이 빈번하며 ▲경력 등록 및 증명서 발급에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SW기술자 등급제 폐지에 따라 관련 업계는 새로운 개발자 경력관리 및 능력 검증 제도의 출현을 기대했다.

현재 공공사업에서는 한국SW산업협회가 제공하는 평균임금 제도, 즉 SW기술인력의 임금동향을 조사한 SW기술자평균임금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SW산업진흥법 시행령 제16조(“SW기술자의 노임단가는 법 제26조에 따른 한국SW산업협회가 「통계법」에 따라 조사·공표한 바를 기준으로 한다”)에 따른 것이다. SW기술자평균임금은 한국SW산업협회가 직접 유관기관 및 관련 업체에 SW기술자들의 실 지급 임금에 대한 데이터를 요청하고, 이들의 평균치를 산정해 공시된다.

▲ 한국SW산업협회는 매년 SW기술자평균임금을 조사, 공시한다. (단위: 명, 원)

문제는 평균임금 제도가 과거의 등급제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평균임금 제도는 SW기술자의 경력에 따라 초급/중급/고급/특급 등으로 분류해 평균임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경력에 따라 등급을 나눠 차등을 두는 과거의 등급제를 이름만 바꿔 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등급제를 대체할 새로운 임금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SW기술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등급제와 유사한 경력 기준의 제도로는 올바른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H기관은 해당 사업을 담당할 SW기술자의 업무 경력은 물론 자격증 취득 내역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증빙할 자료 제출도 의무화하고 있다. 경력증명서 요구는 SW기술자의 실제 역량을 무시한 채 연차만으로 임금을 산정하고, 연차가 짧으면 개발자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초급 개발자와 같은 대우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H기관의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SW기술자 경력 및 자격증 요구

SW기술자의 경력관리는 한국SW산업협회가 담당하며, 경력증명서 역시 협회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SW산업진흥법에 따라 SW기술자는 직접 협회가 제공하는 경력관리시스템 페이지에 접속해 본인의 경력을 신고해야 한다. 이후 경력 증빙이 필요한 경우 협회에 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력 신고 등에는 경력관리비를 납부해야하며, 경력확인서를 발급받는 경우에도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만 한다. SW기술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경력을 입증하기 위해 이 같은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SW기술자의 경력 산정에 관련 자격증을 요구하는 관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처리기사 등 공공사업에서 인정해주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없으면 아예 경력 인정을 안 해주거나, 자격증 취득 시기부터 경력을 산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무리 역량이 출중하고 근무 기간이 길어도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초급 기술자로 취급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현행 제도에 불만이 있더라도 공공사업 수주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야 한다”며, “공공사업을 오래 해온 기업들은 등급제상 고급이나 특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력을 고용·유지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공공기관 사업 발주 시 펑션포인트(기능점수)를 기준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펑션포인트를 따지는 것은 어렵다”면서, “협회가 발표하는 평균임금 제도나 ITSQF(IT 역량 인정 체계) 등을 활용한 인건비 산정이 병행되고 있으며, 보다 효과적인 대가 산정 방식을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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