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는 최근 '한국CIO 어젠더'라는 제목의 의미있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 60명의 CIO를 대상으로 분석한 이 보고서의 요지는 우리나라 CIO의 위상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그 단적인 예로 대부분의 CIO가 경영 기획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든다.

"CIO는 가장 '하빠리' 임원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어느 제조업체 CIO의 말이다.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IT 시스템 부서의 수장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사실 IT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조직 내부에서는 CIO의 역할과 위상이 터무니없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물론 모든 CIO가 다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IT가 작동을 멈추면 그 순간 모든 업무가 먹통이 돼버리고 엄청난 수익 손실을 내버리는 은행이나 통신 분야에서만큼은 CIO에 대한 대우도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CIO들은 힘이 약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잘 알다시피 경영진의 시각에서 IT 부서는 수익(Profit) 부서가 아닌 지출(Cost) 부서인 탓이다. "IT 부서는 돈만 쓰는 부서"로 치부하고, 언감생심 IT가 사업 경쟁력의 원천이자 수익을 뿜어내는 젖줄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CIO의 가장 큰 임무는 비용절감이다. IT구매부서장 정도의 역할이랄까. CIO들은 사석에서 매우 싼 가격에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자랑하듯이 얘기한다. 제품의 도입 이유로 겉으로는 기능과 성능을 따진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어다보면 '가격'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액센츄어의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경고한다. CIO가 경영의 인사이더가 아닌 아웃사이더로 머물렀다가는 신기술 구현을 가로막고, 임시방편적이고 무분별한 예산 집행 문제가 빚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경영이익 저하로 이어진다고. 그리고 기업의 핵심 가치인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낡은 IT 관리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IT 관리 방식은 무엇일까? 요즘 흔히 말하는 IT와 비즈니스의 접목으로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통과 배려가 그 해답이다. CEO와 CIO간에 말통이 터져야 하고, 현업과 IT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한다. CEO는 IT가 경영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CIO는 회사 경영 이슈의 정확한 파악에 힘써야 한다. 이는 IT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에 관한 질문에 모범답안 처럼 나오는 말이다. 또한 성공한 모든 IT프로젝트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CEO의 적극적인 지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CEO들이 IT에 대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최근 몇 년 간 IT 업계의 주요 기술 이슈로 자리 잡은 IT 거버넌스, SOA 등을 이해하고 있는 CEO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새롭게 IT 관리 방식을 바꿀 수 있는 키는 CEO가 쥐고 있다. IT는 기업이 안고 있는 비즈니스에 관한 고민을 푸는 핵심 인프라이며,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유행처럼 사들였다가 한풀 시들면 창고에 처박아 버리는 상품이 아니다.

CEO가 여전히 'IT 문외한'으로 남아있는 한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그 조직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