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SSD, 테이프 등 꾸준히 발전 중…단일 매체 100TB 시대 머지않아

[컴퓨터월드] 전 세계적으로 개인과 기업 등 다양한 계층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데이터 보관을 위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그리고 테이프 드라이브 등의 저장장치 역시 꾸준히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SSD에 밀려나고는 있지만 당분간 여전히 데이터 저장용으로 건재할 HDD는 물론이고, 매우 빠른 기술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SSD, 아카이빙용으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 테이프 기술까지 각 장치들의 현재와 함께 미래를 대비한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2025년 전 세계 데이터 총량 163ZB 예상

전 세계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의 총량이 해가 갈수록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HDD 제조기업 씨게이트테크놀로지(Seagate Technology)가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해 발간한 ‘데이터에이지2025(Data Age 2025)’ 백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총량은 약 163제타바이트(Z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 연간 글로벌 데이터스피어 크기 (자료: 씨게이트, IDC)

ZB라는 단위에 대한 감각을 살려보기 위해 PC사용자들이 익숙한 테라바이트(TB) 단위에서부터 살펴보면, 먼저 1,024TB가 1페타바이트(PB)이며, 다시 1,024PB가 1엑사바이트(EB)에 해당한다. 그리고 1,024EB가 비로소 1ZB라는 단위를 만든다. 즉, 1ZB는 흔히 사용하는 1TB HDD 기준 약 10억 7,374만 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용량이다.

‘데이터에이지2025’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의 전 세계 데이터 총량은 약 16ZB로 집계됐다.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2017년 말까지 데이터 총량은 약 25ZB로 늘어날 전망이며, 10년이 채 못 지난 시점인 2025년까지는 2016년 대비 데이터 총량이 약 10배 증가해 무려 163ZB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HDD, 올해 14TB 제품 출시…2025년 40TB 달성 기대

이처럼 데이터 폭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장장치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발전 또한 자연스레 요구된다. 먼저 그간 가장 많은 수량이 보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HDD부터 살펴보면, 현재 단일 HDD 제품 기준 최대인 14TB 용량의 제품이 어느덧 출시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웨스턴디지털의 HGST ‘울트라스타 Hs14’
14TB의 저장 용량은 올해 HDD 대표 기업인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 도시바 등의 기업들이 10~12TB HDD를 차례로 선보이는 가운데, 웨스턴디지털 산하 HGST 브랜드로 출시된 엔터프라이즈급 HDD ‘울트라스타(Ultrastar) Hs14’ 제품이 처음으로 달성한 것이다.

‘울트라스타 Hs14’ 제품은 데이터 트랙을 지붕의 기와처럼 쌓아 올리는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 기록)’ 기술을 적용, 기존 대비 용량 증가와 순차 쓰기 성능 향상을 동시에 이뤄냈다.

특히 새로운 ‘울트라스타 Hs14’는 순차 쓰기에 최적화된 2세대 호스트 관리형 SMR 기술은 물론, 4세대 헬륨충전 드라이브 기술인 ‘헬리오씰(HelioSeal)’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헬륨가스를 밀폐시켜 공기 마찰을 줄이는 ‘헬리오씰’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HDD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며 기존 대비 용량, 총소유비용, 밀도 등의 측면에서 이점을 갖는다.

이처럼 단일 HDD 제품의 용량이 늘어나면 더 적은 수의 제품으로 같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으므로, 한층 높아진 전력 효율을 바탕으로 기업의 총소유비용(TCO)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HDD 용량 증대의 실현이 당초 예상보다 순탄치 않게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5년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 HGST가 함께 구성한 기술 컨소시엄 ASTC(Advanced Storage Technology Consortium)에서는 현재의 PMR(수직자기기록) 기술에 이어 PMR+, 그리고 특히 HAMR(Heat Assisted Magnetic Recording, 가열 자기 기록) 및 HDMR+ 기술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100TB 용량의 HDD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가 출시한 12TB HDD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PMR 방식은 데이터를 회전 플래터의 자기 디스크 면에 수직으로 자화시켜 기록하는 기술로, 지난 2006년경 등장해 수평자기기록방식(Longitudinal Recording)을 대체한 바 있다.

그러나 차세대 대세로 지목됐던 HAMR 기술이 재료적 한계 및 신뢰성 문제에 부딪히게 됐고, 이에 업계는 2025년까지 100TB 용량의 HDD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웨스턴디지털이 새롭게 2025년까지 단일 제품 기준 40TB 용량의 HDD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해 주목된다. 이는 웨스턴디지털의 임원인 지미 주(Jimmy Zhu) 카네기 멜론 대학교 교수가 개발한 ‘MAMR(Microwave-Assisted Magnetic Recording, 마이크로파 어시스트 자기 기록)’ 기술에 기반한다.

▲ 웨스턴디지털은 ‘MAMR’ 기술로 2025년까지 40TB HDD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설명에 따르면 MAMR 기술의 핵심은 ‘스핀 토크 발진기(Spin torque oscillator)’에 있는데, 이는 초고밀도 환경에서도 신뢰성 손실 없이 데이터 기록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마이크로파 필드(Microwave field)를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웨스턴디지털은 MAMR 기술을 이용, 제곱인치 당 4테라비트(Tb, 4Tb는 500GB) 이상의 기록밀도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기록밀도를 향상시켜 2025년까지 40TB 이상의 용량을 갖춘 HDD 개발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용량 면에서도 HDD 추월한 SSD…100TB 넘봐

현재 기업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즉 SSD는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무기로 HDD를 밀어내고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여전히 가격은 비싸지만, SSD는 용량 측면에서도 HDD를 뛰어 넘으며 매우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세계 최초로 15.36TB 용량의 SAS(Serial Attatched SCSI) SSD를 양산,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 본격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기술적 우위를 다졌다. 여기에 회사는 512Gb(64GB) 용량의 4세대 ‘V낸드’ 기술을 기반으로 32TB 용량의 SAS SSD를 올해 내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삼성전자의 15.36TB SAS SSD

또한 올해 8월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17(Flash Memory Summit)’에서는 ▲세계 최대 용량의 ‘1Tb(125GB) V낸드’ ▲서버 시스템의 집적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NGSFF(Next Generation Small Form Factor) SSD’ ▲기존 SSD보다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Z-SSD’ 등 최신 V낸드 기반의 신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Tb V낸드는 16단을 적층해 하나의 단품 패키지로 2TB를 만들 수 있어, SSD의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회사는 1Tb V낸드가 적용된 최대용량의 SSD 제품을 2018년에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NGSFF’는 새로운 SSD 규격으로, 기존 M.2 SSD로 구성된 시스템을 대체할 경우 동일 공간 기준 저장용량을 4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16TB NGSFF SSD 36개를 탑재한 576TB의 1U 레퍼런스 시스템도 함께 선보였다.

이 밖에 Z-SSD는 동작 회로를 최적화해 성능을 극대화한 하이엔드 SSD 제품으로, NVMe SSD 대비 읽기 응답속도가 7배 빠른 15마이크로세컨드(㎲)의 성능을 바탕으로 읽기와 쓰기를 반복하는 시스템 환경에서 최대 12배까지 향상된 응답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한편, HDD를 넘어 SSD 시장에도 뛰어든 씨게이트는 현재까지 발표된 최대 용량의 SAS SSD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2.5인치인 삼성전자 제품보다 큰 3.5인치 폼팩터를 채용하고 있지만 씨게이트의 SAS SSD는 60TB라는 최대 용량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 3.5인치 HDD를 대체한다는 전략으로 해당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재까지 최대 14TB에 불과한 HDD를 용량 기준으로 가볍게 누른 SSD는 이제 100TB 시대를 한발 앞서 바라보고 있다.

▲ 씨게이트가 공개한 60TB SAS SSD


테이프, 지속적 진화 예고…330TB 용량 가능한 기술 개발

자기 테이프는 오늘날 기술적으로 전면에서 주목받는 저장장치는 아니다. 그러나 장기 혹은 영구적인 데이터 백업, 즉 아카이빙용으로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특히 SSD는 물론이고 HDD가 아직까지 제공하지 못하는 상대적 저비용, 대용량, 낮은 전력 소모량, 공간 절약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여전히 기업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테이프 드라이브의 표준 기술은 LTO(Linear Tape-Open, 개방 선형 테이프)로, 풀어 말하면 대용량 및 고속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개방형의 자기 테이프 데이터 저장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 폼팩터는 울트리움(Ultrium)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LTO 로드맵 (출처: www.lto.org)

지난 2000년 HP, IBM, 퀀텀 등의 기업들이 모여 처음 정립한 LTO-1 기술은 당시 기본 100GB의 용량을 지원했으며, 이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올해 12월 LTO-8 기반 제품이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다. LTO-8 테이프 드라이브는 기본 12TB, 압축 기준 32TB의 용량과 무압축 기준 427MB/s의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LTO 기술은 현재 LTO-10까지의 로드맵이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다. 차세대인 LTO-9은 비압축 기준 26TB의 용량 및 최대속도 708MB/s, LTO-10은 48TB 용량 및 1100MB/s의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대체로 2~3년 주기로 차세대 표준의 제품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LTO-8이 막 출시된 만큼 LTO-9 이후 제품의 출시 시기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8월, IBM과 소니가 차세대 테이프 저장장치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려 최대 330TB 용량의 테이프 카트리지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소개된 이 기술은 테이프 면적 1제곱인치(in2, 약 6.45cm2) 당 201Gb(약 25GB)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 밀도는 사실 현재의 HDD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테이프라는 매체의 특성상 원형으로 말 수 있으므로 동일한 공간에서 HDD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게 된다.

▲ IBM의 과학자 마크 란츠 박사가 201Gb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1제곱인치의 자기테이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새로운 최대 밀도의 테이프 스토리지는 폭 48나노미터(nm)의 TMR 리더(Tunneling Magneto-Resistive Reader, 터널링 자기 저항 리더) 기술과 함께 7nm 이하 수준의 정확도를 갖춘 헤드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IBM은 헤드 및 신호 처리에 관련한 기술 개발을 담당했으며, 소니는 테이프 표면과 자기 헤드 사이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테이프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최대 밀도의 테이프 기술은 향후 LTO-12 혹은 LTO-13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따라서 제품 출하 시점은 대략 2025년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테이프를 비롯해 HDD, SSD까지 주요 저장장치를 제조·연구하는 기업들은 다가올 데이터의 시대를 대비해 미래 기술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단 몇 개, 혹은 단 한 개의 저장장치만으로 1PB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시대,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혜택들이 소비자들에게까지 내려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될 날이 언제쯤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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