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찬 서강대 교수

IT 시장은 항상 새로운 주제가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이로 인하여 IT 산업이 발전한다는 잠재적 의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 궁금하여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며 다방면으로 찾아 하였다. 회자되는 여러 주제를 놓고 비교적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어'가 있는지 분석을 하여보니 'IT서비스' 라는 용어가 아닌가 하는 나름 데로의 분석을 하게 되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비스라는 용어가 IT 분야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제는 아주 친숙하게 쓰여지고 있는 현실로 다가서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IT가 일반사용자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 서기를 바라는 IT 전문가들의 목마른 소망 사항을 반영하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 보자. 만일 일반 사용자나 경영자들에게 'IT가 서비스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질 때 어떤 응답이 나올 것인가 생각해 보았는가? 그에 대한 답변은 'Yes' 나 'No' 가 아니라 도대체 이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질문인가 라는 의아해한 표정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IT 서비스의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ITO, IT서비스 구현의 중요한 방법론
필자가 오늘 IT 서비스라는 용어를 먼저 말하는 이유는 국내의 IT 아웃소싱 시장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IT 아웃소싱이야 말로 IT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며 IT 아웃소싱이 발전적으로 이루어질 때 IT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외국의 IT 아웃소싱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의 현실과 비교를 하여 국내의 발전적인 IT 서비스 시장의 모습에 관하여 잠시 토의를 해보고자 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IT 아웃소싱 시장에서 나타나는 첫 번 째 현상은 2004년 2005년에 잠시 주춤하던 1조원 규모 이상의 대규모 계약이 다시 2006년을 분기점으로 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형 계약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IT 아웃소싱의 내재적인 한계점이나 단점을 거론하곤 하였으나 2006년도를 분기로 IT 아웃소싱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 째 현상은 가트너 보고서에서 이야기하는 '메가스콥(Megascope)' 형태의 아웃소싱 출현이다. 여기서 메가스콥이란 아웃소싱의 범위는 아주 넓으나 이것이 1개의 주계약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여러 개의 전문 사업자들에게 주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별 아웃소싱 규모로 보면 대형 계약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1조원 규모를 넘어가는 형태의 아웃소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메가스콥의 계약을 1개의 계약으로 따져 본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아웃소싱은 그 빈도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가트너 보고서는 주계약자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의 아웃소싱을 1세대 아웃소싱(1st generation outsourcing)이라 칭하고 이와 대비하여 여러 개의 선택적 아웃소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2세대 아웃소싱(2nd generation outsourcing) 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BPO, 아웃소싱의 중요 축으로 자리
세 번째 추세는 BPO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이다. BPO의 개념은 이제 전문 사업자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도 잘 알려져는 있는 단계이다. 외국의 경우 BPO가 이제는 아웃소싱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프로세스와 SLA의 표준화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BPO에 있어서 인도 IT 기업들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의 BPO는 전반적으로 초보적인 단계로 분석되고 있다.

네 번째 추세는 유틸리티 기반의 아웃소싱으로 유틸리티의 적용 대상은 인프라, SaaS(Software as a Service), BPO로 분류된다. 유틸리티의 개념은 사용자가 IT 자원을 사용한 정도에 따라서 비용을 지불하는 개념으로, 중요한 것은 유틸리티의 기본은 아웃소싱을 전제로 할 때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아웃소싱에 적용이 되어 왔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SaaS와 BPO기반의 아웃소싱에도 적용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유틸리티의 개념을 적용할 때 종량제라는 용어와 혼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섯 번째 중요한 현상은 글로벌 아웃소싱의 지속적인 확대이다.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수준에서 IT 기반 구조와 업무를 표준화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이런 필요성을 지역적으로 상황에 따라 해결하기 보다는 글로벌 아웃소싱 사업자를 선정하여 해결하고자 대두된 것이다. 아직은 국가별로 지역적 특색이 있기에 완전한 수준의 표준화된 글로벌 딜리버리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는 못한 단계로 평가되고 있지만 향후 이런 방향으로 IT 아웃소싱의 모습이 바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국내, "ITO는 더 이상 새로운 주제 아니다" 인식
이렇게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웃소싱의 현상을 5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이것 외에도 몇 가지 현상들이 있으나 개략적으로 거론된 현상에 포함이 되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국내의 IT 아웃소싱 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첫 번째 현상은 일반 기업들이 IT 아웃소싱을 더 이상 새로운 주제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으며, IT 업무를 운영 관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런 인식의 변화가 실질적인 기업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거나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이런 현황은 지난 몇 년간 변화없이 지속되어 왔기에 새로운 큰 계약이 나타나거나 시장 규모가 갑자가 확대되지 못하는 아주 완만히 성장하는 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

두 번째 현상은 종량제 개념의 도입이다. 일부 대형 SI 사업자를 중심으로 종량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온 디맨드 형식의 유틸리티 컴퓨팅을 말하는 것이나 국내에서는 이것이 대가 체계로 인식되어 종량제로 불린다고 보면 될 것이다. 종량제 개념의 확산은 인프라 기반의 아웃소싱 확산과도 맞물려 있는데 앞으로도 데이터 센터 기반의 유틸리티 형태의 아웃소싱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세 번째로는 몇 가지 현상들이 있으나 아직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지 않기에 강조하여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것들을 나열하여 보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통합유지보수업무를 대상으로 한 아웃소싱이 간간이 발주되고 있는 점, BPO와 SaaS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연구는 하고 있으나 언제쯤 그것에 대한 모습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고객사들의 아웃소싱에 대한 관리 수준이 전 보다는 향상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렇게 볼 때 국내 아웃소싱 시장은 가트너가 구분하는 2세대 아웃소싱으로는 아직 진화하고 있지 못하는 단계로 보아야 한다. IMF를 근간으로 도입된 IT아웃소싱 시장은 근 10년이 다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세대 아웃소싱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시장 규모가 점진적으로 성장하여 왔고, 온디맨드 형식의 아웃소싱도 소개가 되어 종량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나타나게 되었고, BPO와 SaaS라는 세계적인 추세도 인식을 하고는 있지만 2세대 아웃소싱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2세대 아웃소싱 진입 아직 멀어
IT서비스라는 것은 IT를 고객 지향적으로 제공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IT를 서비스화 하여 제공하는 수단이 반드시 아웃소싱 형태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속화되는 경쟁은 아웃소싱의 당위성을 이미 증명하고 있다. IT가 서비스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서비스로서의 IT가 되기 위해 우리 기업은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아웃소싱을 먼저 하라는 것이 아니라 IT를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먼저 수립하여야 하고, 거기에 소싱 전략이 수립되는 것이다. 기업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IT서비스와 IT 아웃소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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