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정보 대거 유출로 3000여 가입자 신불자 만들어

"A통신사로부터 명의도용을 당했습니다"라며 아이디 psu0529 사용자는 한 온라인 포탈 사이트에 글을 남겨 호소했다.

psu0529는 어제 갑자기 어머니 휴대폰으로 "채납금이 6개월 동안 밀려서 30만원 넘게 나왔다"는 영문도 모르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수소문 해 알아보니 올 1월 달에 다른 지역에서 A통신사 인터넷과 전화가 어머니 명의하에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psu0529가 이 같은 사실을 통신사에 알리자 A통신사에서는 "명의 도용 같으니 경찰서에 신고하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말만 할뿐이었다.

한 통신사로부터 명의 도용을 당한 것 같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며 이 사용자는 명의 도용 사태에 대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이러한 피해자들은 수천여명에 달한다. 가입하지도 않은 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용자만 약3000여명으로 파악된다. 신분증은 물론, 본인의 동의 하나 없이 타인이 본인의 명의로 인터넷이며 전화 계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더더욱 국내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KT와 하나로텔레콤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나라를 더욱 시끌 법적하게 만들었다.

지난 주 저녁 뉴스에서는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년에 걸쳐 수사한 결과에 따르면, 양사는 초고속인터넷 고객들이 개인정보 입력 시, 자동으로 자사 포탈 사이트(메가패스와 하나포스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통신사 포탈사이트에서 부당하게 발급한 750만 ID와 비밀번호는 외부로 유출돼 게임 사이트에서 아이템 구입비 등으로 불법 사용되면서 사건은 더욱 크게 확대됐다.

불과 얼마 전에는 휴대폰 명의도용 문제가 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분증 도용 피해가 천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당시 이통사들은 "명의도용을 담당하는 직원을 두고 있지만,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의도적으로 개통하는 경우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유사 피해 건이 몇 년전 부터 접수돼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 결과가 최근 발표된 것일 뿐"이라며 올것이 왔다는 듯한 겸허한 태도를 취했다. 언제 한번 크게 터지리라 예고된 사건이었던 것이다. 현재 시민단체에서는 "나만 잘 살아 보겠다고 내 가족의 이름을 팔아 부당 이득을 취한 대형 통신사들에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엄벌을 내려야 한다"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과연 수천만 가입자들의 정보를 안심하고 맡겨도 될지 통신사들의 자격요건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통사의 휴대폰 명의 도용 사건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05년부터 휴대폰 신규 개통 시 SMS로 개통사실을 통보해 주고, 홈페이지 가입 시 이통사로 부터 가입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대형 통신사들의 명의도용 사건에 대응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개인(가입자)정보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체계 및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고객 정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통신사에게 신뢰받는 서비스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동안 통신사들이 노래를 불러온 '고객 감동의 서비스'는 철저히 관리된 가입자의 세세한 정보 하나 하나에서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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