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 폐지 이후 6년차, 여전히 대안 없이 방치…기관별 기준 제각각

▲ 김성수 기자

[컴퓨터월드] 머지않아 SW 기술자 등급제의 부활을 원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공공사업의 사업대가 산정에 활용되던 등급제가 폐지된 지 6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SW산업협회가 매년 공시하고 있는 SW기술자평균임금이 대략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SW기술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한 경력에 따라 초급/중급/고급/특급 등의 등급을 매기는 것이므로 등급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저도 활용하지 않는 일부 기관에서는 공공사업 발주 시 자발적인 기준을 적용, 사업을 담당할 SW기술자의 구체적인 경력은 물론 보유한 자격증 내역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IT 업계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공사업의 사업대가 산정 기준 마련과 관련해서는 허술한 면이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SW 아직도 왜?’ TF 등에서 공공사업 제안요청서 명확화나 과업 변경·추가 시 적정 대가 지급, 원격지 개발 활성화 등의 발주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SW 아직도 왜?’ TF에서도, 지난 15일 발표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서도 현재 공공사업에서 빈번히 행해지고 있는 투입공수 방식의 대가 산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공사업의 제안요청서가 명확한 요구사항을 담고 있고 이에 대한 기능점수(FP) 산정이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 대가 산정이 이뤄진다면 투입공수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는 필요 없다. 수주기업이 어떤 인력을 몇 명 파견하든, 발주자가 제시한 일정에 맞춰 FP로 계산된 기능을 제공할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짚어봐야 할 것이다. 공공사업의 제안요청서 내용을 명확히 하고 FP 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 발주자 측에서 해당 사업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요구하는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공공기관에 정확한 FP 산정이 가능할 정도로 IT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대로 기업이 해당 사업의 요구사항을 분석해 FP를 산정할 경우, 이것이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FP를 중심으로 한 사업대가 산정 방식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공사업에서는 여전히 투입공수 방식의 사업대가 산정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느 기업이 사업을 따내느냐가 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SW 기술자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다보니 각 기관들은 과거의 등급제와 같이 경력을 기준으로 하거나 실제 사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격증을 요구하는 등 제각각인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공공사업 수주를 위해 과거 등급제 기준으로 고급이나 특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의 투입공수 기준 사업대가 산정을 단기간에 모두 걷어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사업대가 산정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돼야 할 테지만, 새로운 과기정통부 역시도 제안요청서 명확화 등 FP 기반의 사업대가 산정 방식을 지지하며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 자체에 허점이 있었을지언정 차라리 명쾌하고 공통된 기준이기라도 했던 등급제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상적인 제도를 찾느라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