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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 마감 소회박상욱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SW컴퓨팅기획팀 수석연구원

[컴퓨터월드]
   

▲ 박상욱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SW컴퓨팅기획팀 수석연구원

SW 일을 한다는 것은 ‘미래 예측 혜안을 갖는 것’

몇 십 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TV나 신문, 그리고 소문 등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았다.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자기 동네 대소사는 잘 알았지만 바로 옆 동네 소식은 몇 달이 지난 후에나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깔리고 스마트폰을 하나씩 쥐게 되니 내가 사는 동네 일 보다 다른 동네 소식을 더 빨리 접하게 됐다. 어느 나라에 지진이 발생했고 또 어떤 나라에서는 테러로 사람이 다치고,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 최신 제품을 언제 출시하는지 스마트폰만으로도 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대 변화는 사람 간의 관계, 업무 방식, 가치관 등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때로는 이런 변화가 부담스러워 거부하고 싶지만 개인이 그런 변화를 부정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그리고 매몰차게 앞서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 SW산업 역시 그러한 흐름에 동조하여 모든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처음 아래한글이 나왔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SW는 문서 편집기, 게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SW가 변화시키는 현실과 예측되는 미래는 우리가 감히 그 범위와 깊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해지고 있다.

그런 SW산업을 정부기관에서 20년 넘게 담당하며 요즘 많은 소회를 느낀다.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내가 그리고 SW산업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내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그동안 있어 왔는지 나부터도 장담할 수 없다. 몇 십 년 전 우리가 살아 왔던 그 옛날 방식 그대로 지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일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로 인해 수많은 회의를 진행하고 SW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전공, 사업 분야만 얘기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똑똑한 사람들의 경우 주변 분야도 얘기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본인 관심사만 얘기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SW 일을 한다는 것은 디테일은 부족할 수 있지만 SW 관련 전 산업분야를 볼 수 있어야 하며 미래를 예측하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게도 우리에게 그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업무에 매달려야만 하기에, 문제점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채 시행한지 얼마 안 된 전년도 전략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SW가 전 산업 분야에 융합되어 빠르게 발전해 가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예전의 업무 방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W산업 발전 위한 정부·민간 협력체계 절실

SW가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내수 시장의 한계사항을 고려한다면 수출 주도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우리가 주력하였던 전통적인 HW산업이 빨간 불이 들어온 채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SW산업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그러기 위해서는 SW산업이 가지고 있는 현안 문제를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정부와 민간이 SW산업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강대국 대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래 SW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상호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민관이 상호 협력하여 간담회, 워크숍,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났다. 그러나 그 모든 만남들이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또한 산업발전을 견인했는지도 돌이켜본다면 어떨까? 생각처럼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장기적으로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이슈 중심으로 개최되는 회의는 이슈 논의를 할 수 있고 그 개선책도 제시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피드백 되어 산업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전체 SW산업에 어떤 구도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모든 것은 내부 보고만 되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전파되기 때문에 SW산업인들 전체가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고 거시적 관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는 SW가 타산업과 융합되어 발전해 나가는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분야 SW는 어떤 것이 있고, 건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최신 SW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정부와 민간에서 얼마나 있을까? 국산SW 중에서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떤 것이고, 산업분야별 잘나가는 SW는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조사나 해 보았을까?

현재 SW생태계는 어떠하고, 향후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야하는지도 궁금하다. 국산 SW의 글로벌 시장 진출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러한 현황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수십 년 전 기술 분류체계와 통계 자료를 가지고 글로벌 SW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우리 SW산업 전략의 후진적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어떤 이는 작금의 국산 SW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실을 이렇게 말한다. “달도 뜨지 않는 깜깜한 밤에 총 한 자루 주고 강 건너에 있는 적들과 싸우라고 떠밀고 있다. 아군이 몇 명이고 아군간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고 무기 및 식량 보급 상황도 모른 채, 깊이도 모르는 강 속으로 등 떠밀린 상황이다. 적군의 지형, 적군의 숫자, 적군의 무기 등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고 홀로 위험을 감수한 채 싸워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작 이러한 상황의 싸움에서 적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셋째, R&D, 인력, 기반 등 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상호 연계되어 쌓이지도 않고 교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담기관이 통폐합되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정보와 전문 노하우들은 손가락 사이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R&D, 인력, 기반 현황 정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현안을 파악하여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감히 말한다.

한 마디로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길 찾는 각자도생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미래에 어느 분야가 전망이 있으니 현재 수준 및 상황을 고려하여 R&D와 인력 양성 계획은 이렇게 세워야 되겠다는 큰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서로 각기 돌아가는 업무, 내 할 일 바빠 정보가 쌓일 수가 없는 상황에서 폭넓고 상세한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물론 지금 제시된 문제가 비단 SW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분야에 공히 해당되지만 SW가 우리 미래 산업이기 때문에 선구자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견을 낸다. 다른 분야가 그렇다 하더라도 SW만큼은 SW적인 사고방식으로 국가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년 넘게 SW분야 업무를 담당했던 자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추진한 것이 ‘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이다. 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는 앞서 언급한 3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3년이 넘는 작업 기간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다.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를 생각했다”

작업 초기에는 전 산업분야에 사용되는 SW 현황을 반영하기 위하여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각국의 SW 기술 분류를 조사, 분석하였다. 대부분 이슈 중심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고 전 산업분야를 다루지 못하여 우리만의 기술 분류를 새롭게 도출하였다. 모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산업범용 SW와 자동차, 농업 등 특정 산업분야에만 활용되는 산업특화 SW로 크게 구분하여 전 산업분야를 다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두 번째는 각 분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기술 및 시장동향, 주요 이슈, 발전 방향, 주요 SW, 제품 편람 등 세부 내용 조사를 실시하였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인 데다가 작업 강도가 세고, 분량이 많아 참여 전문가들의 반 이상이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보고서 몇 장 쓰는 것으로 생각한 전문가들이 실제 작업에 참여하고는 힘들다고 포기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자문하는 수많은 중견전문가들도 작업 내용이 어려워 실패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새롭게 충원된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추진되었고, 3년 동안 총 2건의 결과물을 도출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민관 협력 체계 구축, 산업 전반을 통찰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하여 SW 현황 맵, SW 산업 생태계, 핵심 이슈 등의 작업을 추진하였다. 이중 SW 현황 맵은 전 산업 SW 현황을 한눈으로 살펴볼 수 있게 만든 간략도이며 이는 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가 추후 시스템 형태로 발전해야 될 사전 청사진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서 프로젝트가 보고서 형태로 SW산업계에 전파된다면 그 활용성과 파급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SW 생태계와 핵심 이슈는 앞서 언급한 R&D, 인력, 기반 환경을 다각도로 심층 분석하여 민관이 상호 협력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도출된 글로벌 이슈 보고서는 KOTRA와 연계하여 수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 SW현황 맵

   
▲ 교육산업 생태계

글로벌 상용SW 백서는 현재 IITP 홈페이지, SW 중심사회 포털, 한국상용SW협회 등을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이메일 등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사용자를 어림잡아 5,0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분들이 사업 계획 수립, 강의 교보재 활용, 동향 파악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 프로젝트 목적에 부합하게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때문인지 3차 작업은 언제 시작하느냐는 문의도 많이 받고 있다.

2년 전 한 매체의 기고문에 글로벌 상용SW 백서를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 비유하였다. 이는 대동여지도가 그 당시 정부와 민간 모두에게 많은 활용이 되어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것을 고려한 것이다. 작업에 참여하신 분들과 백서를 현장에서 활용하는 많은 분들이 백서 프로젝트가 보고서 형태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백서 프로젝트는 시스템 형태로 구축되어 많은 이용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생성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와 민간이 상호 협력을 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될 수 있고 글로벌 최신 동향을 각자의 업무에 활용할 수 있으며 R&D, 인력, 기반 등 SW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3년 전 내 어깨에는 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라는 큰 짐이 하나 얹어졌다. 그 짐이 물에 젖은 이불솜같이 무거웠지만, 묵묵히 걷는 사이 따뜻하고 가벼운 이불솜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는 프로젝트를 알아보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SW산업인으로서 자부심과 사명(使命)감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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