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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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들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를 논하지 마라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 마감 소회④: 임종혁 (주)에이치투오시스템테크놀로지 대표

   
▲ 임종혁 (주)에이치투오시스템테크놀로지 대표

[컴퓨터월드]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작업은 3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일해 온 필자에게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에 큰 고민 없이 승낙하고 시작하였지만 1차, 2차 백서 발간 작업회의가 진행되면서 백서 집필에 대한 부담감이 시간이 갈수록 엄습해 왔다.

회의가 진행 될수록 ‘아는 것도 없는 놈이 무엇을 하겠다고 나서서 이 고생이야’ 라는 자책도 했다. 소위 미들웨어는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소프트웨어이고,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해온 나 자신, 특히 머릿속에 있는 SW기술을 글로 옮긴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에는 내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일인 만큼 자신감이 넘쳐 매우 욕심을 냈다. 분류를 일반화로 재정비하고 자료도 수집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백서는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만을 기록하는 게 아니었다. 개념을 정리하고 기술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야 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고,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에 대한 기술 및 시장 동향 등도 기술해야만 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이슈를 도출하고 발전방향도 제시해야만 했다.

내가 맡은 분야는 미들웨어이다. 미들웨어는 전문가인 나도 막상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옮긴다는 게 쉽지 않았다. 욕심을 내 분류를 재정비해 보니 작업의 양이 너무 방대함을 알게 됐고,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라고 후회할 만큼 큰 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만 할 일이고, 그 누군가가 30년여 이 분야에 종사해 온 내가 된다면 그 또한 영광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결국 글로벌 상용SW 백서는 그렇게 완성됐다. 다시 한 번 지옥의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나는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 내 미들웨어 분야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유일한 자료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람이 있다면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 자료를 통해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미들웨어는 SW 발전의 핵심 기술요소

미들웨어는 무엇인가? 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미들웨어의 범주 또한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을 백서작업을 통해 알게 됐고, 전문가라고 자부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음도 알게 됐다.

아무튼 미들웨어라는 존재는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표준화되고 컴포넌트화 되면서 기반 기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SW 기술로 자리매김하였음을 확인했다.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 발전을 이루는 핵심 기술요소임에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미들웨어를 통하여 시스템 전체의 규격화, 표준화, 구조화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이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개념들이 손쉽게 창출되고 융합되어 구축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이루는 기술은 대부분 미들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혁명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일반 생활 속에서 미들웨어를 찾아본다면 사람과 사람이 통화할 수 있는 전화체계, 서신을 주고받는 편지(우체국)체계, 그리고 사람들의 이동수단인 철도, 고속버스, 항공, 배 등의 교통체계 등이 미들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들이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편리함과 윤택함을 주고 있는지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다. 미들웨어 SW가 이처럼 중요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다.

자고로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ABC(AI, Big Data, Cloud)를 말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고 때로는 무능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ABC가 주요 트렌드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필자는 ABC를 어떻게 다뤄야 하며, 핵심기술기반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때, 국내 4차 산업혁명은 모래 위에 성을 쌓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미들웨어 분야의 국내 SW기업들은 바위 위의 소나무처럼 척박한 토양에서 뿌리를 굳건하게 내리듯이 역경의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즉,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글로벌 상용 SW 백서 작업에 참여하면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 환경을 살펴본다.

   
▲ 글로벌 SW 매출 증가율 및 영업이익 증가율

<그림 1>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용소프트웨어 환경은 매출증가율이나 영업이익증가율에서 패키지상용SW가 IT서비스와 많은 격차를 두고 성장하고 규모면에서 패키지 상용SW보다 IT서비스의 매출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2016년 SW기업 규모별 매출규모 및 영업이익률

<그림2>에서 국내시장은 IT서비스분야가 훨씬 높고 대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시장과 달리 국내시장은 상이한 결과를 보이지만 영업이익률은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내 SW 시장은 IT서비스에 너무 편중돼 있고 SW산업이 인건비로 구성돼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에서 SW에 대한 희망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인건비로 구성되는 SW업계를 가치기준으로 바꿀 수는 없는가? 오랫동안 상용SW 업계가 고민을 해오고 있고 제도개선 등의 노력을 해 왔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SW는 ‘비용(Cost)’이 아닌 ‘가치(Value)’로 평가해야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세계 최고가의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이다. 추정가는 약 40조 원 정도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정기준으로 모나리자 가치를 한 번 살펴보자. 당시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등록된 화가 경력을 20년이라 하고 약 1년에 걸쳐 작업을 했다고 한다면, SW처럼 간단한 계산으로 가격을 산출할 수 있다.

물론 모나리자와 SW의 가치를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SW의 가치를 단순히 경력과 기간만으로 계산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논리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SW업계의 현실이다.

글로벌 상용SW 백서에는 분류에 따른 생태계가 도식화되어 시장의 판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료에 표현되지도 나타나지 않은 계층이 존재한다. 현재의 시장논리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맨바닥 계층이 상용SW(미들웨어를 포함한 패키지 소프트웨어)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용SW가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말이다.

공공발주에서는 분리발주 제도가 있으나 여러 가지 제도의 허점과 상황논리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SW산업에서는 SI 업체(IT서비스)들이 통합 수주하여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보안 책을 마련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면에 밝힐 수 없을 정도로 국산 상용SW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상용SW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심하다. 고객이 1등 제품을 원한다면 국산상용SW는 아마도 제안 기회조차도 없을 수 있다. 가격대비 성능과 품질을 무기로 시장을 개척하고 또한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국산 SW에 대한 역차별 환경은 수십 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산 상용SW 기업들이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겠지만 국산 상용 SW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SW 가치에 대한 인식 또한 변해야만 한다. 단언컨대, 상용SW들에 대한 품질을 과거 수십여 년 전의 시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 SW산업 발전은 요원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사물을 활동하게(Activity) 하고 모든 것을 연결시켜주며(Connectivity), 하나로 융합(Digital Convergence)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는 투입되는 비용(Cost)만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라,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향상 및 혁신 기회를 창출해주는 가치(Value)로 평가되어야만 SW산업 발전에 희망이 있다고 감히 말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성공의 길

아무튼 상용 소프트웨어가 성공하는 길은 국내의 환경과 인식 변화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젠 국내 시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가치를 인정받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미들웨어 소프트웨어의 기업의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 고객 만족일 것이다. 고객 만족은 품질에서 시작된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품질에서 결정되기에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품질중심의 경영을 이룬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확신한다.

SW 품질사고 몇 가지를 사례로 들면 도요타에서 자동차제어 SW 결함으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해 탑승자 4명 전원사망과 900만 대 리콜사태까지 벌어졌다. 프리우스 모델은 SW결함으로 190만 대를 리콜했다. 캐나다의 AECL사는 테락-25 방사선치료기를 상용화 했는데, SW 결함으로 5명의 환자에게 피폭이 발생해 전원 사망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가 품질을 보장 받지 못한다면 고객을 큰 위험에 빠트릴 수 있고, 기업의 생존 또한 위협 받게 된다. 이러한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품질경영의 중심에는 경영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며, 품질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조직 내에 조성되어야 한다.

개발과정 전반에 걸쳐 품질관리를 지원하는 SPICE나 CMMI 등의 툴이 기업 내에서 실질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것을 확신하고 검증할 수 있는 인증과 평가시스템을 구비한다면 품질경영의 기본은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들웨어 SW산업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국제표준’

그렇다면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를 통해 제시해 본다. 미들웨어의 한 분야인 분산시스템 SW 부문을 보면 분산협업SW의 경우 외산SW는 77%, 국산SW는 23%이다. 연계통합 부문은 외산SW 21%, 국산SW 79% 정도로 나타났다.

연계통합은 사업형태가 기반 제품을 가지고 타깃 시스템에 커스터마이징화 해 공급되는 것이고, 분산협업은 대부분 표준 또는 표준에 준하여 잘 만들어진 제품을 타깃에 설치하는 형태로 공급된다. 하지만 분산시스템 SW 관점에서 보면 국내 기업들은 주로 인력동원을 통한 개발 또는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는 사업에 많이 분포되어 있어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계성을 보여준다.

   
▲ 분산시스템 SW내 국산제품의 비중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면관계상 몇 가지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센서 인터페이스 국제표준인 MQTT(Message Queuing Telemetry Transport)는 IBM이 만들고 이를 국제 표준화하여 산업을 이끌고 있고, 국제표준기구인 OMG(Object Management Group)의 DDS(Data Distribution Service)는 글로벌기업인 미국의 RTI가 표준을 주도하며 산업을 이끌고 있다. 즉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여 경쟁자들이 자기들의 뒤에 서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시장을 주도 하고 있다. 마치 바둑에서 호구를 미리 만들어 놓는 모양이다.

현재는 소수의 기업들이 국제 표준화 기구에 참여하고 있으나 활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치를 국제표준화 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치즈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형국이다. 정부의 역할도 국내기업의 선도기술에 대해서는 국제표준화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업들도 기술 표준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미들웨어를 포함한 한국의 SW산업이 글로벌로 가기 위해서는 국제표준화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표준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SW는 결국 사람이 개발한다. 그것은 곧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좋은 인재들이 모여들고, 품질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국제표준을 통한 글로벌 시장으로 산업이 확대되는 글로벌 성공스토리가 만들어 진다면 5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여도 기업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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