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로드맵 변경 및 서브스크립션 모델 전환…국내 기업 및 기관 현명한 대처 필요

[아이티데일리] 내년 1월부터 오라클 자바SE(Standard Edition)의 과금 정책이 라이선스 방식에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독형) 방식으로 전환된다. 자바SE의 과금 정책 변경은 이미 지난해에 공지됐으며, 수 개월 전부터는 자바가 설치돼 있는 PC에서 자바를 업데이트 할 경우 ‘자바SE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안내박스가 뜨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자바는 오픈소스이며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게 퍼져있었다. 심지어 본지에서 취재 중에 만난 3년차 개발자는 이번 이슈가 일어나기 전까지 자바가 유료로 서비스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답해, 오라클 자바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라클의 자바SE 과금 정책 변경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기업 및 기관들의 행보를 확인해본다.

 

오라클 자바는 원래 공짜가 아니다
자바는 오픈소스다. 따라서 오픈소스JDK(Java Development Kit)를 사용하는 데에는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오라클 자바는 다르다. 오라클은 썬마이크로시템즈를 인수한 이후 썬이 가지고 있던 자바에 대한 영향력을 적극 활용, 오픈소스 자바를 패키징해서 오라클 자바로 만들어 판매해왔다. 따라서 오라클에서 제공하는 오라클JDK는 처음부터 유료로 판매 및 서비스되고 있었다.

오픈소스JDK를 기업의 필요에 따라 다듬어 제공하는 것은 오라클만이 아니다. IBM이나 SAP, 레드햇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도 자바 커뮤니티에서 표준화한 레퍼런스 JDK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JDK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오라클 이외의 기업들은 직접 개발한 JDK를 시장에 공급해 적극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주로 자사 제품에 자바가 필요할 경우 직접 개발한 JDK를 적용하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오라클의 이번 결정은 원래 무료이던 자바SE를 유료화 한 게 아니다. 오라클의 자바SE 서비스 모델은 본래부터 유료였으며, 오라클JDK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SW를 구입하듯 자바SE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했다. 오라클은 그저 내년부터 과금 정책을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을 뿐이다.

오늘날 SW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서비스 방식을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전환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나 어도비의 포토샵,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 등도 이미 서브스크립션 방식의 과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이러한 SW를 구매할 경우 패키지 라이선스 구매보다는 서브스크립션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 기업 측면에서 서브스크립션 방식은 항상 고객의 SW를 최신화하고 보안 패치를 실행하며, 불법 SW 배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구매 기업 역시 라이선스 관리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역량을 줄이고 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의 서비스 모델 변경이 ‘자바 유료화’로 받아들여는 것은 그동안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오라클 자바SE를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적절한 대가 지불 없이 자바SE를 이용하고 있다. 오라클 역시 자바SE의 무단 사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자바SE를 사용해왔다. 국내 한 프리랜서 개발자는 “비용을 지불해 라이선스를 구입한 기관·기업이 오히려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서브스크립션 방식이 라이선스 구입에 비해 이용자 측에서는 비용효율적일 수 있지만, 체감 상으로는 안 나가던 돈이 나간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 특히 오라클 자바SE는 전 세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충격 또한 크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바를 배제하고 사내 IT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바 의존도가 더욱 높다. IT 개발자를 양성하는 국비 지원 교육에서도 자바를 기본으로 두는데다, 정부 기관의 IT 시스템 개발에 사용되는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도 자바 기반이다. 따라서 국내 공공 분야에서는 자바로 개발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굳이 다른 언어로 개발하지 않는다. 자바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개발자들이 갖춰져 있으니 자바를 활용하는 개발 사업은 더욱 늘어나고, 이러한 레퍼런스가 축적될수록 자바의 영향력 확대는 가속화된다.


자바SE 로드맵, 6개월마다 신규 버전 릴리스

오라클의 가격 정책 변경에 따라 자바 운영환경에 대격변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다른 방향에서 기업 내 의사결정권자들의 결정을 한층 더 닦달하는 것은 자바 9부터 시작된 오라클의 자바 로드맵 변경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에 사용하던 버전에 대한 서비스 기간과 신규 버전이 릴리스될 때까지의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점이다. 단순한 버그픽스 및 보안 업데이트는 기존에도 매년 수 차례씩 진행됐지만, 정식으로 버전 번호가 바뀌며 다음 버전이 발표되는 것은 수 년에 한 번에 불과했다. 가령 오라클 자바SE 6은 2006년 12월, 자바SE 7은 2011년 7월, 자바SE 8은 2014년 3월에 각각 릴리스됐다.

하지만 자바의 새로운 로드맵은 기존과 매우 다르다. 2017년 9월에 발표된 자바SE 9를 시작으로 이후 버전들은 모두 6개월마다 공개되고 있다. 매년 3월과 9월에 새로운 버전이 공개되며, 지난 9월 출시된 자바SE 11에 이어 내년 3월에는 자바SE 12가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고 이에 맞춰 시스템을 새로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구축과 안정화를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려들면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버전을 계속 유지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수년 전에 자바SE 8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자바SE 6·7을 계속 사용하는 기관들이 있다. 이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더라도 기존 버전에 대한 업데이트나 서비스 지원이 지속적으로 제공됐기에 가능했다. 2011년 7월에 자바SE 7이, 2014년 3월에 자바SE 8이 출시됐지만 앞서 출시된 자바SE 6의 버그픽스 및 업데이트는 2015년 12월까지 제공됐다. 따라서 사용자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더라도 기업 내에서 버전 전환이 결정될 때까지 충분하게 제공되는 패치를 받으면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오라클 자바SE 출시 및 지원 로드맵 (출처: 오라클)

반면 새로운 오라클의 지원 정책은 다르다. 새로운 정책이 적용된 첫 버전인 자바SE 9의 경우, 자바SE 10이 출시된 2018년 3월 일반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차세대 버전이 출시되면 기존 버전의 업데이트가 중단된다는 것이다. 꾸준한 버그픽스와 업데이트를 받을 수 없다면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해당 정책이 적용되지 않은 것 중 가장 최신 버전인 자바SE 8 역시 오는 2022년 3월 업데이트가 종료된다.

오라클 서브스크립션 과금 정책에 따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처럼 6개월마다 반복되는 버전 업그레이드에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 오라클은 자바SE 8 이후 3년마다 LTS(Long-Term-Support) 버전을 지정, 해당 버전에 한해서는 신규 버전이 출시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와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령 자바SE 9·10은 비LTS 버전이기에 다음 버전이 나오면 서비스가 종료되지만, LTS 버전인 자바SE 11은 내년 3월 자바SE 12가 출시되더라도 2026년 9월까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버그픽스 및 업데이트 등을 지원받기 위해 6개월마다 신규 버전으로 갈음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라클 자바SE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서브스크립션 과금 모델을 받아들이고 LTS 버전에 대한 지원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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