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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52시간 근무제 도입 1년…IT업계 미해결 과제 산적허술한 파견지 근태관리, 추가 고용 난항…적용 대상 확대 앞두고 대책 논의 시급

[컴퓨터월드] 52시간 근무제 안착…IT업계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지 1년이 지났다. 시행 전부터 성공 여부와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이 뜨거운 감자로 다뤄져 왔다. 산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을 받아들이는 목소리와 강제적인 근무시간 제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부딪혔다.

당초 모든 산업계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거라는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부드럽게 전 산업계 곳곳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27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19년 5월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었던 300인 이상 사업체의 1~4월 월평균 근로시간은 162.8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시간(1.8%) 감소했다.

정부의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시간 역시 161.7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시간(2.0%) 감소해, 내년부터 예정된 300인 미만 사업장의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IT 업계에서는 한동안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발맞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들을 중심으로 ‘52시간 마케팅’이 크게 부각됐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전사자원관리(ERP), 그룹웨어, 메신저 제품들이나 정확한 근로시간 측정을 위한 근태관리 솔루션들이 속속 발표됐다. 실제로 해당 솔루션들을 개발 및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52시간 수혜주’로 분류돼 상당한 주가 상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IT업계의 상황은 좀 다르다.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전, 그리고 지금까지도 IT 업계에서는 여전히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IT 업계는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따라 근무시간이 크게 변하는데다, 구축기간이 정해진 사업의 경우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뉜다. 일괄적인 52시간 근무제 적용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용의지 있어도 전문인재가 부족하다
내년 1월 1일부터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되는 A사는 인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52시간 근무제 대응을 위해 고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A사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직원을 늘려서 평균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사의 근무시간을 집계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직원들이 모두 겪는 현상이 아니라 특정 직원, 특정 조직, 특정 기간에 집중된 경향을 보이는 것이 문제다. A사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리더급 직원들은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불가피한 연장근무가 흔히 발생한다. 그동안 회사 차원에서는 이를 휴가나 상여금 등으로 보상하고 있었지만, 52시간 근무제 하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회사의 전체적인 평균 근로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핵심 인물들이 문제”라며, “5명을 10명으로 늘려서 평균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리더급 인재가 보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A사와 같이 AI나 딥러닝 등 최신 기술을 다루는 기업에서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인력 자체가 적고, A사가 원하는 프로젝트 리더급 인재는 기업들끼리 영입 경쟁이 심하게 벌어진다. 기업에서 고용의지가 있다고 해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 대상이 되는 내년까지 최대한 인재 영입에 나설 계획이지만, 만약 영입에 실패한다면 프로젝트 숫자를 줄이는 등 사업 운영 차원에서의 대비책이라도 찾아야 될 판”이라고 말했다.

   

파견직원에 대한 근무시간 관리, “이대로 괜찮나?”
한편 일부 IT 업계에서는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300인 이상 SI전문기업인 B사의 인사관계자는 근로자의 근무 실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 지난 1년간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밝혔다. 근무지가 확정적인 제조기업 등은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근무시간 측정이 가능하지만, B사와 같은 SI기업은 이와 같은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해당 인사관계자는 특히 파견 근무가 많은 SI기업 특성상 직원의 위치와 업무 상황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근무시간 체크를 위한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파견지에 인사관계자들을 함께 파견해 근로 실태를 직접 조사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겠으나, 동시에 관리하는 근무지와 직원의 숫자를 고려하면 인건비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B사는 가장 먼저 직원들이 직접 근로시간을 입력할 수 있는 SW를 도입해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입력하도록 했다. 출근하면 출근 버튼을, 퇴근하면 퇴근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구조다. 하지만 일부 파견지에서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는 폐쇄망을 운영 중이거나, 인가받지 않은 프로그램 사용이 불가능해 출퇴근 입력을 할 수 없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기능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파견지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근무시간 입력만 가능한 모바일 앱을 새롭게 개발했다. 해당 앱은 다른 기능들을 모두 배제하고 근무시간을 숫자로만 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B사 관계자는 “기능을 다 없애고 숫자만 입력하는 시트로 만들어 손쉽게 근무시간 집계가 가능해졌다. 구축하는 데에 비용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과연 이것이 진짜 근로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파견직원이 근무시간을 과장해서 입력할 수도 있고, 오히려 근무시간을 초과해놓고 제도에 맞추기 위해 적게 입력할 수도 있다. 근무시간을 집계하는 본사 직원이 감사를 피하기 위해 숫자를 조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파견지에서의 근무시간 조작을 방지하고 정확한 근무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없이는 52시간 근무제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동부에 질의해도 해답 못 찾아…전문성 부족이 발목
또 다른 300인 이상 SI기업 C사는 지난 2013년에 유연근로제, 당시 명칭으로는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이후 근로시간을 보다 단축하고 직원들의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기주도 근무제를 도입, 직원이 자신의 근로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근무제를 시행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전부터 직원들의 근무시간 관리에 많은 역량을 투자해왔다.

C사는 지난해 초에 52시간 근무제 대응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이전부터 직원들의 근로시간 점검을 체계화하고 시간외 근무 등에 대한 수당을 지속적으로 지급해왔기에 상대적으로 근무시간 체크가 쉬웠다. 정량적인 근무시간 측정은 문제가 없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손쉬운 대응이 예상됐다.

하지만 C사는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해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C사 인사담당자는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하면서 근로기준법도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봤지만, 알쏭달쏭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도 딱 떨어지는 답변을 주지 않아 곤혹스러운 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해당 관계자는 근로시간과 비근로시간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질의했다가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해 역정을 낸 경험을 설명하며, 정부에서 근로시간을 보다 치밀하게 점검하고 관리하려면 먼저 기업에서 자체적인 점검과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근로자,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산후 1년 미만의 여성이나, 16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직원에 대해 근무시간을 몇 시간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주 52시간이라는 정량적인 기준을 들이댈 수 없는 사례가 존재한다. 작년에 고용노동부가 이렇게 애매한 경계에 있는 안건들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노사가 잘 합의해서 정하라고 돼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IT 특수성 반영 위한 공공·민간 협의 시급
한국SW산업협회는 올해 초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SW기업의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SW기업들이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업 수행기간 부족’으로, 전체 응답자의 65.8%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52.3%로 2위를 차지한 ‘인건비 증가로 인한 경영 악화’와 적지 않은 차이다. SW업계를 위해 필요한 제도로는 ‘충분한 사업기간 보장을 위한 예산편성 및 집행제도 개선’이 46.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한국SW산업협회는 52시간 근무제 실시에 대한 국내 IT산업계의 의견을 모아 ▲SW산업계의 특성을 고려한 법령 개정 ▲유연근로제 확대 ▲공공사업 계약금액 및 사업기간 조정 ▲긴급장애 대응과 같은 특별 연장근로 등을 요청한 바 있다.이 중 실제로 공공사업 계약금액 및 사업 기간 조정, 긴급장애와 같은 예외상황에서의 특별 연장근로는 정부 측에서 긍정적인 회답을 내놓아 업계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다만 유동적인 근무시간과 같이 IT 업계의 특수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려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또한 IT업계의 만성적인 전문인재 부족, 파견근무가 많은 SI 분야의 근무시간 집계 등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52시간 근무제는 내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는 만큼, IT 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정부와 민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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